유엔 총회가 마무리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에 제시했던 오스트리아 빈의 실무회담 대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의제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과 빈에서 투 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미 협상 라인은 결국 폼페이오 장관 방북으로 통합되는 모양새다. 1일(현지 시간)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이 제안한 빈 실무회담에 대해 아직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폼페이오 장관이 수락한 상황에서 별도의 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후 빈손으로 돌아오는데 대한 부담 탓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한 실무회담으로 협상 채널을 한 단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원칙적인 공감대를 이루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 됐다. 북한이 종전선언의 대가로 내놓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 그 정도면 종전선언에 참여해도 폼페이오 장관이 수세에 몰리지 않을 상황인지 직접 판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폼페이오 방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말과 달리 실제 협상에서는 의미 있는 안을 내놓지 않는 과거 패턴을 고려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물밑의 기류인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과 관련해 한 소식통은 “북한과 방북 날짜만 협의되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이후 수습책 차원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비 일정 등을 고려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중순 전에는 방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6박 7일간의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1일 귀국길에 올랐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내내 숙소인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호텔에 머물다, 오후 3시 30분께 미국 측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호텔을 빠져나갔다. 오후 4시 50분 경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차이나 ‘CA982’에 탑승했으며,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북-미 협상 전망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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