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은 동맹 상징… 北비핵화前 중단땐 안보위기 부를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화정평화재단 워싱턴 콘퍼런스]한반도 안보에 대한 도전… 한미안보연구회 공동주최

《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비핵화 과정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면서 한미동맹은 물론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정치연구소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3회 국제안보콘퍼런스가 열렸다. 한미 안보전문가 30여 명은 ‘한반도 안보에 대한 도전’을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실행 방안이 제시됐고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집중 논의됐다. 》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안보콘퍼런스. 왼쪽부터 원태호 예비역
 중장,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안보콘퍼런스. 왼쪽부터 원태호 예비역 중장,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말 비핵화를 하면서 북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걸까요? 아니면 한미동맹을 흔들어서 종국에 북한 체제로의 한반도 통일을 노리는 걸까요?”

둘째 날 콘퍼런스 진행을 맡은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북핵 전문가와 일반 참석자 등 100여 명 중 손을 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샤프 전 사령관이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제스처로 보는 것이냐”고 다시 묻자 이번에는 참석자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워싱턴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될까 우려하는 기류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군사훈련부터 중단한 데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전략연구센터 부소장은 “한미는 전술단위·실행단위 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했는데 북한에도 ‘겨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 군사훈련도 즉각 재개해야 비핵화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전략본부장을 지낸 원태호 예비역 중장도 “협상 상황이 바뀌면 훈련을 재개해야 하며, 주한미군은 비핵화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이서영 예비역 소장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정기적인 연습 없이는 적의 도발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현재 분위기대로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계속 훈련을 안 하면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종전선언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만 한다면 군사훈련 역시 언제든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화 논의와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참여하는 평화체제 구축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한미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역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미동맹은 약화되고 한국의 안보 역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것이 협상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정보국 선임정보분석관을 지낸 한반도 안보전문가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1월 신년사에서 핵과 미사일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추가 실험을 중단한 것과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비핵화 절차와 무관하다”며 “미국은 북한이 갖고 있는 120kt급 핵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생화학무기, 전자기펄스(EMP) 폭탄에 대한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 북한을 믿고 정치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콘퍼런스 참가자 명단

◆개회사
▽개회 연설
존 렌초스키 세계정치연구소 회장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주한미군사령관)
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패널토의1(사회자: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발표자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조지 허친슨 시큐리펜스 수석지역계획가
▽토론자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오찬 연설 △조윤제 주미 대사

◆패널토의2(사회자: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발표자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토론자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전략연구센터 부소장
△원태호 예비역 중장
△이서영 예비역 소장

◆패널토의3
(사회자: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발표자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토론자 △윌리엄 뉴컴 전 미 재무부 분석관
△류재갑 대진대 대진학술원장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
#한미훈련#동맹 상징#안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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