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1>‘플레이보이’ 글래머 모델처럼…“있으면 자랑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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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츨 의상을 즐기는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들
노츨 의상을 즐기는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들

‘If you got it, flaunt it.’ (있으면 자랑해라)

이 영어 숙어를 아는 한국 분들 꽤 있죠.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문장입니다. 약간 불경스러운 경우에 그렇죠.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처럼 몸매 좋은 글래머 여성들은 자신의 가슴이 잘 보이도록 깊이 파인 옷을 잘 입죠. 주변에서 쑥덕거릴 때 톡 쏴주는 얘기입니다. 자랑거리가 있으면 드러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만히 있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한국인처럼 겸손이 몸에 밴 사람들은 자기 과시가 쉽지 않습니다. 뭔가 쑥스럽습니다. 반면 많은 미국인은 자신이 가진 것을 숨기지 않고 잘 드러내는 편입니다.

미국 대학 강의실
미국 대학 강의실

미국 학교는 수업이 주로 토론으로 이뤄집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한국 유학생들로서는 쉽지 않는 일이죠. 설령 영어를 잘 해도 한국 유학생들은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을 실천하듯 조용한 편입니다. 숫기가 없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자기가 아는 것을 주저리주저리 자랑하지 않는 게 상당수 한국 유학생들의 특징입니다.

미국인과 얘기할 때 필요 이상 겸손해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잘 발달되고, 잘 살고,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않게 자랑할 거리가 많습니다. 다만 우리는 조용히 침묵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뿐이죠.

그러나 보는 사람에게는 ‘겸손’이 아니라 ‘무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이 토론 수업에 침묵하고 있다면 “겸손해서 저러나 보다”가 아닌 “몰라서 조용한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저 역시 특파원 시절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때때로 경험했습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숙이다가 꺾여버리면 안 되니까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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