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방송이 운영하는 위성방송 채널이 18일 해킹을 당해 미국에 망명 중인 리자 팔레비 전 왕세자를 지지하고 ‘국민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고 촉구하는 영상을 방영했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서 거론조차 금기시되는 인물이 국영방송의 영상에 등장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18일 밤 이란 이슬람공화국 방송의 위성방송 채널에선 정규 방송이 중단되고 해커들이 제작한 영상이 송출됐다. 영상에는 팔레비 전 왕세자의 사진이 두 차례 나온 뒤(사진) 이란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국민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말했다. 또 영상에는 “이것은 군대와 보안군에 보내는 메시지다. 국민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 이란의 자유를 위해 민족과 함께하라”는 자막도 있었다.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방송사의 성명을 인용해 “일부 지역에서 원인 불명의 이유로 방송 신호가 일시적으로 끊겼다”고 전했다. 다만,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에선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반(反)정부 시위가 3주 넘게 이어졌다. 시위대 중 일부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부활을 구호로 외치고 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독재에 대한 염증으로 하메네이와 현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팔레비 왕조 마지막 샤(국왕)의 장남으로 왕세자였던 리자 팔레비가 주목받고 있는 것. 다만 팔레비 전 왕세자 측은 이번 해킹 영상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방송 해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2년 1월에도 이란 국영방송은 해킹돼 약 10초간 방송이 중단됐다. 당시에도 화면에 이란 내 반정부 단체인 ‘무자헤딘 에 칼크’ 지도자들의 이미지와 ‘하메네이의 죽음’이란 자막이 나타났다.
최근 하메네이가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수천 명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사망자가 최대 1만8000명, 부상자는 33만여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 속에 시위는 이제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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