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선거 통해 권력체계 개편
라울, 국가평의회 의장직 사임 예정
총서기직은 유지… 막후 영향력 의도
“당분간 실질적 국가권력 행사할 듯”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58년간 이어져 온 ‘카스트로 형제(고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의 통치를 사실상 종료하는 5개월간의 ‘정치적 과도기(political transition)’가 시작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바는 4일부터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6·사진)의 ‘2선 후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체계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이달 중 기초지방자치단체 대표를 뽑는 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지역 △주(州) △국가 단위의 지도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권력체계 개편이 끝나면 라울은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현재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미겔 디아스카넬(57)이 의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라울은 그동안 201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라울은 행정부 수반에 해당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직은 내놓지만 공산당 총서기직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최고 막후 지도자로서 사실상 주요 정책 마련 및 결정 과정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피델도 2008년 2월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준 뒤 공산당 총서기직을 2년간 유지했다. 공산당 총서기에서 물러난 뒤에도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주기적으로 쿠바가 나아갈 방향과 주요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가 라울의 개혁·개방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올릴 때는 ‘형제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현 선문대 스페인어·중남미학 전공 교수는 “라울이 국가평의회 의장에서 물러난다는 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실무적인 부분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산당 총서기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여전히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라울이 향후 공산당 총서기에서 물러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디아스카넬은 국가평의회 의장에 오른 뒤 라울이 추진했던 점진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쿠바에서는 디아스카넬이 비공개로 열린 공산당 행사에서 독립 언론, 기업가, 반대파 등을 강하게 단속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영상이 유출됐다. 이를 두고 ‘차기 정부가 개혁·개방 속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영상을 유출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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