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줄테니 무기밀매범 17명 넘겨라”… 이집트, 전력난 시달리는 하마스에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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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측에 전기 공급 대가로 안보사범 17명의 신병 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사방이 봉쇄된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서 하루 4시간밖에 전기를 보급받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이스라엘이 하루 치 전력을 45분∼1시간가량 줄이겠다고 밝혀 전력난이 심화될 처지다.

아랍 매체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13일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집트 안보당국이 4∼12일 카이로를 방문한 가자지구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가 전력 보급 대가로 신병 인도를 요구한 안보사범 17명은 주로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일대에서 하마스 비호 아래 활동해 온 무기 밀매 사범들이다. 하마스는 이집트 국경 일대에 지하터널 수백 개를 파서 각종 무기를 불법으로 반입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북한산 무기도 다수 있다.

가자지구 전력난은 서안지구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가 경쟁 정파인 하마스를 견제하기 위해 주도한 것이다. 82세의 고령인 압바스 수반은 자신의 입지가 위협받자 정치적 주도권을 과시하고, 향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서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세력임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하마스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국 내에서도 자주 정전이 일어날 만큼 전력 사정이 열악한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충분한 전력을 보급할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기온이 40∼50도로 치솟는 여름이면 전력 소비가 급등해 카이로에서도 매일 2, 3번씩 정전되는 게 일상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집트#전력난#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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