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와 ‘이혼협상’ 시작… 1파운드짜리 새 동전 찍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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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전 제작 34년만에 처음… ‘연합왕국’의 통합 정신 강조
메이, 29일 EU에 탈퇴서한 전달
EU, 최대 72조원 이혼합의금 요구… 스코틀랜드는 분리독립 움직임

영국 새 1파운드 동전 뒷면.
영국 새 1파운드 동전 뒷면.
영국 정부가 29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EU와 2년간의 ‘이혼’ 협상을 개시한다. 28일에는 1파운드짜리 새 동전을 선보이며 연합왕국(United Kingdom)의 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앞면에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을, 뒷면에는 각각 잉글랜드(장미) 스코틀랜드(엉겅퀴) 웨일스(리크) 북아일랜드(토끼풀)의 상징물이 왕관 속에 담겨 있는 그림을 새겨 넣었다. 영국이 새 동전을 찍어낸 건 1983년 이후 34년 만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29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탈퇴 의사를 담은 서한을 전달한 뒤 의회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1957년 EU 출범 이후 첫 탈퇴 협상으로 EU나 영국 모두 가 보지 못한 여정을 떠나는 셈이다. 투스크 의장은 31일까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27개 EU 회원국에 ‘브렉시트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협상을 앞두고 영국과 EU 사이에는 강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반(反)EU 포퓰리즘 열풍을 막기 위해 영국의 실패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프랑스에 이어 EU의 최대 지분을 가진 독일마저 협상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시장 진출에 타격을 우려한 독일 자동차 업계의 압력으로 그동안 유연한 자세를 취해왔지만 9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독일 정치계의 기류는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의 브렉시트 담당 대변인은 “모두가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나는 브렉시트가 영국에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내 문제는 아니다”라며 험난한 협상을 예고했다.

독일은 영국이 EU 탈퇴 협상 전 먼저 600억 유로(약 72조6000억 원) 안팎의 ‘이혼 합의금’을 논의해야 한다는 EU 집행위원회의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27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규모를 낼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맞받았다.

외부와 협상력을 높여야 할 영국은 정작 내부 분열이 골칫거리다.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빌미로 독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27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재투표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메이는 “현 시점은 분리독립 투표를 재추진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스터전은 “브렉시트 조건이 명확해지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2018년 말 독립 투표를 실시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공화국과 합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달 초 실시된 북아일랜드 의회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한 민주연합당(DUP)과 신페인당은 협상 만료 시한인 27일까지 공동 정권 출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연합당은 영국에 잔류하기를 원하며 신페인당은 아일랜드공화국과의 통일을 원한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28일 “EU 단일 시장을 포기하는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 지는 게임”이라면서 “런던은 세계에 열려 있다”며 메이를 압박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새 동전#eu#브렉시트#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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