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직접 지시했지만 성과 선전 없어…공장·살림집 건설에 밀려
당국 주도 식량 분배 체계 수립 차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15일 강동군 지방공업공장 및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국 각지에 건설할 것을 직접 지시한 ‘양곡관리소’ 건설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작년까지 주력한 건설사업인 지방공장과 살림집(주택)에 밀려 사업이 연기된 것으로 9일 추정된다.
황주군에 첫 양곡관리소 착공했지만…완공 소식 아직
김 총비서는 지난 2024년 8월 여러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의 일환으로 보건시설·과학기술 보급 거점·양곡관리소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당초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10년간 20개의 지방공장 건설을 목표로 수립된 정책인데, 건설 대상을 늘린 것이다.
김 총비서는 양곡관리소를 “낟알을 가공하고 보관하는 여러 시설들을 통칭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이미 있던 시설을 보수나 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국가에서 직접 틀어쥐고 새로 건설해 거두어들인 낟알을 한 알도 ‘허실 없이’ 보관·관리해 인민들에게 질적으로 가공된 식량 보장”하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의 시설을 건설해 양곡 관리를 국가가 ‘틀어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각 지역별 거점을 만드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2월 27일 북한은 황주군에 지방공업공장 및 첫 양곡관리소 건설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2월 17일 지방공업공장의 준공 소식을 알리면서도 양곡관리소의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의 ‘지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과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이미 착공한 양곡관리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실제 황주군 외에 다른 지역의 양곡관리소 착공 소식을 보도한 적은 없다.
북한의 박천군양곡관리소. 평양 노동신문=뉴스1
당국 주도 식량 분배 체계 수립 추진…당 대회 때 사업 수정안 공개 가능성
북한은 지난 2022년 10월 새로운 양곡 정책을 도입해 개인 간 곡물 거래를 단속하는 등 식량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이후 장마당에서 개인의 쌀 판매를 단속하고, 양곡 거래는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했는데, 장마당 시세를 맞추지 못하면서 큰 성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실이 북한의 양곡관리소 건설사업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을 제정하며 양곡 거래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법은 “양곡의 수매와 보관·가공·공급 및 판매·소비와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규제해 종합적이고 일체화된 양곡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양곡관리소 건설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로도 볼 수 있지만, 실제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곡관리소 건설이 늦어지는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양곡 관리를 통해 통제력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북한 당국이 이 사업을 취소하지 않고 언젠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없애지는 않으면서 시장을 국가가 장악하겠다는 것이 현재 북한 정권의 의도”라면서 “최근 들어 무역·상업·식량 등 경제 분야에서 ‘국영 주도’의 움직임이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제 정책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1~2월 중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양곡관리소 건설과 관련한 ‘사업 수정안’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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