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종교 다르지만 뉴요커는 하나”…트럼프의 뉴욕 사면초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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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당선인(70)의 고향이자 그의 비즈니스 및 정치의 근거지이지만 대통령 재임 기간 그에 대한 저항의 본산이 될 것 같다."

대표적인 '블루(민주당 상징색) 스테이트'인 뉴욕의 앤드루 쿠오무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신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로 뽑힌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까지 반(反) 트럼프 기치를 분명히 내세우면서 미 언론에선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도 뉴욕주 상원의원(재선) 출신이다.

특히 뉴욕의 주지사와 시장으로 사사건건 부딪치며 '견원지간'처럼 지내던 쿠오모와 더블리자오는 '트럼프'는 공동의 적(敵)이 "트럼프에 맞서 뉴욕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흑인이고, 백인이고, 황인종(아시안)으로 피부 색깔은 다르지만 우리 뉴요커는 모두 하나이다. 우리는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로 종교는 다르지만 역시 모두가 하나"라고 강조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 불법 체류자 추방 같은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을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는 특히 "인종차별 같은 증오범죄를 담당하는 별도의 주(州)경찰 수사대를 창설하고 이민자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라지오 시장도 다음날인 21일 회견을 열고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이고, 우리는 영원히 뉴욕이다"며 "뉴욕이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저항의 국가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정부가 무슬림 등록제를 도입하려 하면 법적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추방위기에 놓인 미등록(불법) 이민자 가족들을 보호할 것이며, 강압적인 경찰의 검문검색 관행도 뉴욕에선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상원의원도 최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가 대표적인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려 한다면 강렬히 저항할 것이다. 그 법은 우리(민주당 정부)가 (탐욕스런) 월가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부 운영이 분열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면 우리(민주당)는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라는 전의를 보였다. 이런 슈머 상원의원의 오랜 후원자인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트위터에 "척 슈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전임 원내대표보다 훨씬 똑똑하고 일을 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칭찬을 올렸다. 뉴요커라는 공통점을 활용한 유화 제스처로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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