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경제전쟁 총대 멘 올랑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세금 안내는 美기업 조사하는데 美는 뻔뻔하게 벌금으로 보복” 유럽국가 지도자로 첫 공개비판
일각 “내년 대선 겨냥 존재감 부각”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2일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와 독일 도이체방크 등 유럽 기업에 잇달아 거액의 벌금을 매기는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국가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비판한 가운데 미국은 또다시 도이체방크에 새로운 벌금을 부과해 유럽과 미국의 세금 전쟁이 불붙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2일 프랑스 잡지 로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미국 기업) 구글 등 디지털 대기업을 조사하는 것은 그들이 유럽에서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인데 미국은 화를 낸다”고 미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미국은 뻔뻔하게도 BNP파리바에 벌금 80억 유로(약 9조9200억 원)를 부과하고 도이체방크에 50억 유로(약 6조2000억 원)의 벌금을 매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도 미국 기업을 제재할 때 똑같이 대해야 한다”며 유럽 국가들을 대표해 미국에 선전포고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지지할 수 없다”고도 말해 양측의 갈등이 다른 무역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한 이란과 수단, 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BNP파리바에 벌금 89억 달러(약 10조570억 원)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발표한 경제제재 위반 관련 벌금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또 미 법무부는 2008년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도이체방크에도 거액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82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최근 54억 달러(약 6조1020억 원)로 감액해 주는 협상을 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의 도이체방크에 대한 제재 추진 이후 유럽 국가 수장(首長)으로서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자국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벌금 폭탄에 가만히 있는데 이웃 국가인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내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도이체방크가 주식부문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미국에 다시 950만 달러(약 107억3500만 원) 규모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스#올랑드#미국#유럽#경제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