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평화헌법 개정 논의” 의회에 공식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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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 연설서 “논의 심화” 요청… 양원 개헌의석 확보 자신감 표출
與, 헌법심사회장 선임 등 착수… 野 “국가 존재 방식 변경” 반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26일 임시국회 개막을 맞아 자신의 비원(悲願)인 개헌을 국회에서 논의해 줄 것을 정식 제안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대규모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총리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긴급사태 조항과 무력 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등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법 9조 개헌에는 반감을 가진 국민이 다수여서 최종 개헌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東京)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임시국회 연설(소신표명 연설) 말미에 “헌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일본이 앞으로 어떤 나라를 지향할지를 정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개헌 얘기를 꺼냈다. 이어 “그 안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여야의 입장을 넘어 헌법심사회의 논의를 심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자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큰 박수가 터졌다.

 일본에선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정기국회)이나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 국회에 정국 구상을 밝힌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두 번째 집권 후 시정방침 연설이나 소신표명 연설에서 개헌안 제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개헌에 대한 의욕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그동안은 ‘정정당당하게 논의하자’는 정도의 발언에 그쳤다.

 아베 총리의 이날 개헌 발언 배경에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현재 중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만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3분의 2)를 웃돌고, 참의원에서는 일본유신회 등 개헌 세력을 더할 경우 개헌 정족수를 넘는다.

 아베 총리의 제안에 따라 11월 말까지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는 개헌 여부 및 내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양원 헌법심사회에서 안을 만들어 본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자민당은 이날 첫 관문인 국회 통과를 위해 중의원 헌법심사회 회장으로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지낸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전 법무상을 선임했다. 참의원 헌법심사회장은 자민당의 야나기모토 다쿠지(柳本卓治) 회장에게 계속 맡겼다.

 민진당 등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 세력은 개헌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진당 간사장은 25일 NHK에 출연해 “국가의 존재 방식을 바꾸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자민당이 2012년 발표한 개헌 초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 이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30일 우익 논객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가 진행하는 인터넷 토론 ‘일본은 헌법 개정으로 이렇게 바뀐다’에 참석하는 등 아베 내각이 총동원돼 헌법 개정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개헌#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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