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오바마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주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0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원자폭탄 피해의 상징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문한다. 백악관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지적했듯 일본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사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뒤 71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이곳을 찾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에서 ‘비핵화 선언’으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비핵화 및 핵 감축에 힘써온 그로선 임기 마지막 해 히로시마를 방문해 ‘용의 눈에 점을 찍을’ 생각도 했을 법하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깝게 협력함으로써 역사적 차이를 다루어 나가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일 관계처럼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종전(終戰)을 앞당겼으나 무수한 희생자를 낸 비극이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는 점을 강조해 전범(戰犯)이라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작년 4월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한 2차 세계대전에 ‘통절한 반성’을 하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침략에 대한 사과에는 인색했다. 아베 정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본의 전쟁 책임 물 타기에 이용하며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외면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와 함께 피해자 중 10%가량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출신 희생자를 기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도 찾아 일본의 잘못을 간접적으로라도 경고하기 바란다. 그가 ‘핵 없는 세계’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동북아 최대의 위협인 북핵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g7#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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