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더, X파일의 비밀 알고 싶다면 힐러리를 찍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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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 아직도 X파일의 비밀을 알고 싶어요? 그럼 힐러리를 찍으세요.”

외계인 존재를 쫓는 미국의 인기 시리즈물 ‘X파일’의 여주인공인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스컬리가 현실에 존재했다면 남자 주인공인 멀더 요원에게 이런 충고를 하지 않았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이 외계생명체(ET)가 존재할 수 있는 ‘외계 지구’ 1284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발표한 10일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초의 ET 후보’로 불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클린턴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외계인 존재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비밀 자료인 X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시 ‘UFO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부엌에 앉아서 지어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문제에 대해선 노회하고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클린턴으로선 이례적인 면모다. 당시 클린턴은 UFO(미확인비행물체)라는 표현에 대해 “그건 옛날 표현이다. 요즘은 UAP(Unexplained Aerial Phenomenon·미설명비행현상)라고 부른다”며 이 분야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과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외계인에 대한 관심은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3년 ‘힐러리가 외계인 아이를 입양했다’는 타블로이드 신문보도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는 2년 뒤인 1995년 외계인을 추적해온 백만장자 로랑스 S 록펠러를 만나면서 증폭됐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런 ‘미스터리 이미지’는 그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존 포데스타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X파일의 광 팬으로 알려진 포데스타는 지난달 CNN에 출연해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네바다주 미군 비밀기지 ‘51구역’에 관한 기밀문서가 존재할 경우 이를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밀문서는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서 발견된 외계인 시신에 대한 해부 내용이 담겼다고 알려져 있다.

AP통신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UFO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미국인은 63%에 이른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딱 부러진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외교안보 문제를 우회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한 선거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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