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진출 北노동자들, 금주 국가서 밀주 제조·판매하다 적발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4월 22일 17시 43분


출처=RFA
출처=RFA
북한 노동자들이 술 제조·유통이 금지된 쿠웨이트에서 40도 짜리 술을 만들어 밀거래 하다 적발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RFA는 “현재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건설노동자 수는 약 3200명 정도인데, 당국이 요구하는 상납금을 채우기 위해 정해진 일 외에 각종 불법행위로 돈을 벌다가 범법자 신세가 되고 있다”며 최근 직접 쿠웨이트를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회사가 마련해 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주방에 밀주 제조시설을 갖추고 ‘싸대기(Sadeeqi)’라 불리는 술을 만들고 있다. ‘싸대기’는 아랍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몰래 만든 술을 지칭할 때 쓰인다.

북한 노동자들이 만드는 싸대기는 쌀로 빚은 증류주로,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른다.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는 법으로 술을 만들고, 팔고, 마시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싸대기는 암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1.5리터짜리 생수병 12개가 들어 있는 싸대기 1박스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미화로 약 20달러, 이를 중간 밀거래상에게 50달러에 넘겨 30달러(약 3만4000원)의 이윤을 남긴다. 생산량이 많을 경우 제법 돈벌이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싸대기는 주로 인도 출신 중간 밀거래상이 유통시키는데, 이들은 경찰에 적발될 경우 자신의 형량을 낮춰주는 조건으로 밀주를 제조한 북한 노동자들의 명단을 수사당국에 넘긴다는 것.

매체는 지난해 10월 5일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인도 남부 질립(Jleeb) 지역에서 밀주제조 및 밀매 혐의로 북한 노동자 2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정부가 파견 노동자들에게 술을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노동자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이를 눈감아 주고 챙기는 수익이 많아 싸대기 제조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얻은 수익금의 절반 정도는 북한 건설회사 사장과 당 비서 보위원에게 들어가는데, 간부들은 통상 3년 근무 시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이상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불법으로 돈을 벌다 추방된 노동자들이 북한에 돌아가도 나라를 위해서 외화를 벌어들이다가 잡힌 거니까 처벌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해 7월 13일에는 북한 노동자 9명이 건설현장에 비치된 자재를 몰래 내다 팔다가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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