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최대 1000명 감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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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노무라증권, 리먼 인수 8년만에 백기
해외사업 5년연속 적자행진… 비용절감 위해 구조조정 나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목표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던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가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미국, 유럽에 근무하는 노무라증권 직원 6명 가운데 1명을 자르는 셈이다.

노무라홀딩스는 이날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뚜렷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해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노무라는 1925년 설립된 일본의 최고(最古), 최대(最大) 증권사로 전 세계에 걸쳐 약 2만9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2조5500억 엔(약 27조 원)으로 2위인 다이와증권(1조2000억 엔)의 2배가 넘는다. 노무라는 일본 증권업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노무라도 미국과 유럽계가 주름잡는 IB시장에선 제대로 된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몇 차례 해외 진출에 실패하고 내린 결론은 “독자 진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독배였다.

인수 금액은 직원 승계를 조건으로 한 유럽 부문은 단돈 2달러(약 2300원)에 불과했다. 아시아 부문은 2억2500만 달러(약 2600억 원)로 노무라에는 ‘푼돈’에 불과했다. 리먼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의 신입사원 연봉을 3배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후폭풍이 노무라를 덮쳤다. 리먼 인수 여파로 노무라는 2009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악의 적자(7082억 엔)를 냈다. 리먼의 주요 간부를 붙잡기 위해 2년간 연봉을 보장한 탓에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간신히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을 늦춘 것도 결과적으로 실기였다.

2011∼2013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지만 미국과 유럽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아 해외사업 부문은 계속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리먼 출신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무라의 해외사업 부문 세전이익은 지난해 3월 결산까지 5년 연속 적자이며 지난해 4∼12월에도 600억 엔(약 6400억 원) 적자를 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올 들어 중국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노무라 주가는 연초 대비 30%나 떨어졌다.

노무라의 대규모 구조조정 대상에는 각각 2500명과 3400명인 미국과 유럽 직원 가운데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 사무직 등이 대거 포함된다. 특히 유럽의 리서치와 파생상품 거래 등 일부 부문은 아예 없애버릴 방침이다. ‘글로벌 IB’라는 노무라의 꿈은 한층 멀어지게 됐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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