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11일 남중국해 항행자유 결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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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방공식별구역 설정 경계 차원… ‘해양안보에 관한 성명’ 채택 예정
케리, 美국무 첫 히로시마 방문… WP “오바마도 5월 방문 적극검토”
‘핵무기 없는 세상’ 이벤트 가능성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0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廣島) 땅을 밟았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서 현직 국무장관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케리 장관 등을 접견한 뒤 가진 환영 리셉션에서 “히로시마에서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위해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세계에 발신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G7 외교장관들은 11일 원폭 희생자들을 기리는 히로시마평화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한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 움직임, 테러 문제 등을 논의하고 핵 군축 및 비확산 결의를 담은 ‘히로시마 선언’을 발표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한 것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항행과 항공의 자유’의 중요성을 명시한 ‘해양안보에 관한 성명’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이 미 국무장관의 히로시마 방문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음 달 26∼27일 일본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폭 투하 71년이 지나도록 미국 현직 대통령이 피폭지를 찾지 않는 것은 ‘미국의 공식 사과’로 해석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 방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쿄(東京)와 히로시마 사이에 위치한 이세시마 회의에 참석한 뒤 히로시마를 수시간 동안 방문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WP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제창한 핵 비확산 메시지를 히로시마 연설에서 다시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현직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라는 ‘선물’을 안겨줌으로써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동맹인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토록 한다는 전략적 복안도 깔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이뤄지면 미국 국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여서 야당인 공화당이 ‘저자세 외교’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2009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도쿄에서 일왕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많이 숙여 인사했다가 공화당으로부터 ‘사과 투어(apology tour)’를 한다는 맹비난을 받는 등 논란이 일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g7#남중국해#항행자유#중국#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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