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위협하는 ‘투쟁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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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작년 파업 2726건… 5년새 15배 늘어

중국이 급증하는 근로자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1년 185건에 불과했던 파업 횟수는 지난해 2726건으로 5년 만에 15배 가까이로 증가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8일 보도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노동 인권단체 ‘중국노동회보’는 올 1월에만 500건의 파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파업이 공산당 일당 독재까지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1월 광둥(廣東) 성 국영기업인 안광롄중강철공장 마당엔 어깨를 겯고 선 수백 명의 노동자가 부르는 우렁찬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라 혁명의 쟁쟁한 노래 소리를/전진, 전진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한다/최후의 승리를 향해 전국의 해방을 향해.”

조선족 작곡가 정율성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곡한 ‘팔로군행진가’(현 중국인민해방군가)는 오늘날 중국 노동자에게 투쟁의 노래로 애창되고 있다. 이들은 임금을 절반으로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고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기업 측은 결국 임금 삭감 유예를 발표했다.

이런 장면은 요즘 중국의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7% 미만으로 낮추면서 수많은 공장들이 노동자 해고와 임금 삭감, 노동환경 악화 등의 문제를 놓고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중국 당국은 금속 건재 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2년 안에 국영기업 노동자 등 300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180만 명에 이르는 석탄과 금속 공업 노동자 해고 계획은 이미 발표됐다. 당국은 근로자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154억 달러(약 18조 원)를 들여 해고자 복지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과격 행위로 전국적인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한 사회 불안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올 1월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에선 해고를 당한 청년이 버스에 불을 질러 17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유혈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까 봐 함부로 억누를 수도 없지만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989년 폴란드에서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폴란드자유노조연합’처럼 전국적인 노조가 생겨나는 상황은 중국 공산당에는 악몽이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공산당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중국 파업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2010년 5월 광둥 성의 포산 시 혼다자동차 부품공장 파업을 주도한 탄궈청도 23세 청년이었다. 그가 비상벨을 누르며 “낮은 임금으로 일하지 말자”고 선동하자 1900명의 공장 근로자가 한마음으로 동조해 19일간 파업을 한 끝에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당국은 성난 근로자들을 달래는 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선 국영탄광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10만 명의 노동자가 거리에 나오자 루하오(陸昊) 성장이 직접 이들 앞에 나서 설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마야 왕 연구원은 “당국의 언론 통제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직 전국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연대감도 약하다”며 “하지만 앞으로 공산당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과 결합돼 거대한 사회변혁 운동으로 번지는 것이야말로 중국 당국이 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공산당#파업#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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