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 6일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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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의 조앤 드레이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낸시 여사가 오늘 오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심부전증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백악관 안주인으로 활동했던 낸시 여사는 미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부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남편처럼 할리우드 영화 배우였던 낸시 여사는 이혼남인 로널드 레이건과 만난 뒤 정치인 아내로 변신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1967년부터 1975년까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돕기 등의 대외 활동을 했고, 백악관 안주인이 된 뒤에는 겉으로는 온화하면서도 막후에선 남편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낸시 여사는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약 퇴치 캠페인으로 꼽히는 ‘아니라고 말하라(Just say no)’ 운동을 주도했으며, 퇴임 이후에는 남편이 앓던 알츠하이머병 퇴치 운동을 적극적으로 폈다.

레이건 부부는 사랑이 깊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1981년 3월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2달 만에 암살 시도를 당했다. 병원 수술대로 옮겨지자 간호사들은 수술을 위해 옷을 벗기려 했다. 그러자 아직 의식이 있던 레이건은 간호사들에게 “자네들 낸시에게 허락은 받고 내 몸 만지는 건가”라고 유머를 건네 죽음의 순간에도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과시했다. 둘은 70세가 넘은 고령에도 서로를 ‘로니(Ronnie)’와 ‘마미(Mommie)’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레이건은 부인에게 수시로 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둘은 재임 기간에도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바라에 있는 가족 농장에서 수시로 말을 타며 금슬을 과시했다.

미 정치권은 낸시 여사의 별세에 일제히 조의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골프를 치던 중 성명을 내고 “그녀는 온화함과 관대함의 자랑스러운 본보기였다”고 애도했다. 각자가 “레이건의 적통”이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유세를 중단한 채 애도했다.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성명을 내고 “위대했던 대통령의 부인이었으며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나라와 남편에 대한 열정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자애롭고 헌신적인 퍼스트레이디였다”고 추모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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