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잠금 해제? ‘IT 신구 거물’ 저커버그-빌 게이츠의 생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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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미국 정부의 공방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신구(新舊) 거물이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강연에서 “(잠금 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백도어를 만드는 것은 보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식도 아니고 옳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팀 쿡(애플 CEO)과 애플에 매우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는 “IT(정보기술)업체 시스템의 보안을 약화시키라는 요구에 공격적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페이스북의 18일 성명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IT업계의 선배 거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정부를 지지했다. 게이츠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은 정부가 정보 접근을 요구하는 개별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며 이를 일반화시켜 모든 아이폰에 백도어를 만들라고 요구한다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MS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 MS 대변인은 FBI에 협조하라는 법원 명령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21일과 22일에는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팀 쿡 애플 CEO간 2라운드 공방전이 펼쳐졌다. 코미 국장은 21일 법률전문 웹사이트 ‘로페어’ 기고문에서 “정부는 수색영장을 받아서 테러범의 휴대전화를 손상하지 않고 사용자 암호를 추측할 기회를 얻으려 할뿐이지 모든 휴대전화의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는 만능열쇠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쿡 CEO는 22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두 번째 e메일에서 “이번 사태는 하나의 스마트폰이나 사건 수사를 넘어서는 문제”라며 “법을 준수하는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이에 대한 ‘질의응답’(Q&A) 코너도 신설했다. 만능열쇠 논쟁에 대해선 이런 답변을 내놨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무언가를 파괴하면 그대로 사라져버리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한 번 개발된 기술은 계속해서 어떤 기기에서든 쓰일 수 있다.… 그 막강한 도구(만능열쇠)가 남용되거나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절대 그걸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애플은 16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우라는 미국 법원의 명령을 받고 이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거부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이 문제는 ‘국가 안보가 우선이냐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이냐’는 논쟁으로 비화하며 미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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