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뇌증으로 출생 74분 만에 숨진 아기, 최연소 장기기증…父母 “무의미하게 떠나는 것 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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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2월 2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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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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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증으로 출생 74분 만에 숨진 아기, 최연소 장기기증…父母 “무의미하게 떠나는 것 원치 않아”

최연소 장기기증

무뇌증으로 태어난 지 74분 만에 숨진 아기가 최연소로 장기기증을 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지난주 태어난 지 74분 만에 숨을 거둔 ‘호프(Hope)’라는 이름의 여자 아기의 부모가 아기의 신장과 간세포를 성인 환자에게 기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동부 서퍽 주(州) 뉴마켓에 사는 아빠 드루 리와 엄마 에마 리 씨는 임신 13주 차에 남녀 이란성 쌍둥이 중 딸이 무뇌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뇌증을 가진 아기는 대개 태어나기 전이나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숨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의사로부터 낙태를 권유 받았지만 아이가 무의미하게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 때, 에마는 지난해 4월 22일 태어난 지 100분 만에 숨을 거둔 아기가 심장 판막과 두 신장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에 호프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지난 주 호프는 쌍둥이 오빠인 조시의 뒤를 이어 태어났고, 안타깝게도 74분 만에 숨졌다. 이들 부부는 딸아이가 살아있는 74분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호프를 계속 품에 안았고, 숨을 거두자 눈을 감겨줬다.

이후 의료진은 수술실에서 호프의 신장 두 개를 성인 환자 한 명에게 이식했다. 호프의 간세포는 냉동돼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호프의 엄마 에마는 “내 딸이 여전히 다른 사람 안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슬픔을 덜어준다”며 “딸은 74분 밖에 숨쉬지 못했지만, 평생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다. 내 딸이 영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연소 장기기증.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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