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살해혐의’ 피스토리우스, 복역 1년 만에 석방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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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애인들의 희망이자 인간 승리의 표상이었지만 모델 여자친구를 숨지게 해 지구촌을 경악시켰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9)가 19일 석방됐다. 지난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지만 옥살이 1년 만에 풀려난 것이다.

남아공 출신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는 2013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아침, 남아공 프리토리아 동부에 있는 자택에서 욕실에 있던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당시 29세)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 판결을 받으며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BBC에 따르면 남아공 교정 당국은 19일 밤 피스토리우스를 석방해 가택 연금에 처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당초 알려졌던 석방 예정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BBC는 “피스토리우스의 출소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올 것을 피하기 위해 교정 당국이 일부러 예정일 전날 밤에 석방시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틴캄프의 가족들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5년도 충분치 않은데다 이번 석방으로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남아공 국내법에 따르면 두 다리가 없는 신체적 상황은 적절하게 감시받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 자격을 받는다. 또 총 5년 이하의 형량에 최소 6분의 1을 복역하면 남은 기간을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낼 수 있게 하고 있다.

BBC는 “피스토리우스가 전자발찌같은 것을 착용하지는 않지만 남아공 정부에 의해 이동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하며 무기류를 소지할 수 없고 사회 봉사활동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육상선수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옥살이를 했던 1년 동안 하루에 야외운동 1시간, 근력 운동 1시간만 허락받았기 때문에 신체가 퇴보해 다시 선수로 활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종아리뼈가 없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칼날같이 생긴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을 양다리에 끼우고 트랙을 달려 ‘블레이드 러너’라고 불렸다. 장애인올림픽 달리기 부문에 3번 출전해 6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 동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장애인 최초로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남자 육상 400m 준결선까지 올라 육상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같은 해 아랍산 경주말과 달리기 경주에서 이겨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그는 자택의 좁은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있던 여자친구를 향해 4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애인들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이후 살인마라 비난받기 시작했다.

당시 피스토리우스는 “여자친구는 침대에 있는 줄 알았고 욕실에 있던 사람이 강도인 줄 알아 쐈지만 죽여 놓고 보니 여자친구였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도 그는 정당방위를 주장해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죄로 인정받았다.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있지 않아 신체적으로 방어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스토리우스가 의족을 신고 욕실까지 걸어가 총을 쐈다”고 주장하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피스토리우스의 사생활도 문제로 떠올랐다. 그가 미녀와 총기를 좋아했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스피드광으로 돌출행동이 잦았다는 점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기 전에 권총, 자동소총, 야구 방망이, 크리켓 배트를 옆에 준비해 두고 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청소년기인 15살 때는 애틋하게 지냈던 어머니가 사망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오른팔 안쪽에는 어머니의 탄생일과 기일이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검찰은 피스토리우스의 살인혐의가 기각된 것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다음달 3일 상고심이 열린다. 여기서 혐의가 인정되면 그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 최소 15년을 복역해야할 가능성도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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