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전쟁영웅 아니다” 막말꾼 트럼프의 자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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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불법이민 발언 비판하자 “베트남전 포로가 영웅?” 비난
공화대선주자는 물론 케리까지 “영웅에게 사과하라” 십자포화

도널드 트럼프의 ‘거친 입’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히스패닉에 대한 독설로 여론의 주목을 끌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가 이번에는 같은 당의 간판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난하다 스스로 덫에 빠진 형국이다.

18일 미 아이오와 주 에임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인 ‘패밀리 리더십 서밋’에서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 의원을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난한 것. 그는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라는 것인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 영웅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많은 사람에게 매우 나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전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매케인 의원은 1967년 10월 북부 베트남에서 자신의 전투기가 격추당해 다리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뒤 1973년 3월 석방되기 전까지 5년간 포로로 붙잡혔다. 모진 고문과 구타를 겪은 매케인은 아버지가 해군제독이 되자 북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조기 석방을 제안받았으나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며 먼저 잡힌 포로들을 내보내라고 요구했고, 이게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대접받아 왔다.

민주당조차 전쟁 영웅으로 인정하는 매케인 의원을 트럼프가 공격하고 나선 것은 어느덧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히스패닉 이민자 이슈에 대해 매케인이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가 11일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유세하던 중 또다시 히스패닉에 대해 “물처럼 흘러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자 “이번 유세가 내 마음을 매우 상하게 만들었다. 미치광이들을 흥분시켜 놓았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매케인은 내년 상원의원 경선에서 패배해야 한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꼴찌로 졸업한 멍청이”라고 받아쳤다.

워싱턴 정가는 대체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의 상승세를 꺾어야 하는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비방 공격은 이제 그만”이라고 트위터에 올렸고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매케인 의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대선 후보 경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매케인 의원의 상원 동료였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 “매케인을 붙잡은 이들은 그의 뼈를 부러뜨렸지만 그의 정신은 꺾지 못했다. 매케인은 영웅”이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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