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도 영유권’ 주장 갈수록 과감…日 미래세대 왜곡을 배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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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갈수록 치밀하고 과감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까지 염두에 두고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해 국제 홍보전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특히 미래 세대까지 영토 분쟁에 끌어들인 점은 양국간 신뢰의 토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에 두고두고 마이너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태껏 가장 도발수위가 높은 내용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들에는 초중고 교과서를 통틀어 처음 독도가 일본 땅에 편입된 경위가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비교적 진보 성향 교과서로 평가받는 ‘도쿄서적’ 역사 교과서조차 독도 관련 기술을 담지 않았다가 이번에는 ‘일본 정부는 일·러 전쟁 당시인 1905년 1월에 각의(국무회의) 결정하여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시마네 현에 편입시키고 2월 22일 지사가 고시했다’고 기술했다.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일본의 영토라는 내용이다. 이어 이 교과서는 ‘다케시마 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도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도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한국의 불법점거’를 명시했다.

‘교육출판’ 펴낸 역사 교과서 역시 ‘한국과의 사이에 그 영유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어 미해결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표현에서 이번에는 ‘1952년 이래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도발 수위를 높였다. 이밖에 ‘일본문교출판’ 지리교과서도 ‘한국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종전 표현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로 바꿨다. 이쿠호샤 출판사의 공민교과서도 기존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을 ‘역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구체적으로 못 박았다.

일본이 주장하는 국제법상 근거는 러일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일본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일본 영토로 편입시킨 ‘시마네현 고시 40호’(1905년 2월 22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내부 회람용이란 도장이 찍혀 있는 이 문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서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일본에 불리하면 무시 혹은 축소

1923년 관동(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수천 명이 학살된 사건과 관련해 시미즈서원 역사 교과서는 종전에 ‘경찰 군대 자경단이 살해한 조선인은 수천 명에 달했다’고만 적었으나 이번에는 ‘명수에 대해서는 통설이 없다’고 바꿨다. 일본 문교출판도 ‘경찰이 조선인 등 수천 명을 살해했다’고 한 종전 문구를 ‘자경단 및 군대 경찰에 의해 많은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및 중국인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적어 조선인 학살을 희석했다.

식민지 조선에서의 토지사업에 대해서도 모 출판사는 ‘근대화를 명목으로 했다’는 표현에서 ‘근대화를 목적으로’라고 바꿨다(교도 통신 보도). ‘명목’이라는 표현이 뭔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교과서들은 또 난징(南京)대학살(1937¤1938년)때 일본군이 ‘다수의 포로와 주민을 살해했다’는 표현을 ‘포로와 주민을 말려들게 해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바꿨다. 이번에 검정신청을 하면서 ‘일본군은 만행으로 비난받았다’는 표현을 넣었다가 삭제당한 출판사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진보 성향의 전현직 교사와 학부모들이 세운 출판사인 ‘마나비샤’가 올해 처음 중학교 역사 교과서 중 유일하게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조사해 1993년 반성과 사죄를 나타내는 정부 견해를 발표했다’는 표현을 넣어 일본군 위안부 기술을 담은 점은 눈에 띈다.

●왜곡 역사 배우는 일본 미래세대

올해부터 일본은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에게 모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담긴 사회과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 중학교 교과서들까지 검정을 통과하면서 내년부터는 중학생들도 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

이제 막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한 ‘독도=일본 땅’이라는 세뇌교육이 한층 더 강화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의 역사왜곡에도 2013년 여론조사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1%로 기대에 못 미친다며 조기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었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한국의 영토 주권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앞으로 일본의 미래를 주도할 세대들까지 잘못된 역사관이 입력되면 한일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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