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獨여객기 ‘자살 비행’ 가능성…佛당국 발표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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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알프스에 떨어진 저먼윙스 여객기는 부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검찰 등 조사 당국이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당국은 이날 사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거된 조종간 음성녹음장치를 확인한 결과 이같이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독일 슈피겔 온라인은 마지막 추락하기 수 분 동안 부조종사가 조종을 맡았고 이에 앞서 조종사는 조종간을 벗어난 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조종사의 자살 비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사고 현장에서 회수된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 분석에 참여한 조사 관계자 말을 인용해 “조종사 2명 중 1명이 조종석을 나간 후 문이 잠겨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 조종사는 처음에는 문을 가볍게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자 문을 부수려는 듯 강하게 두드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사고 조사에 참여 중인 프랑스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마지막 순간 조종실에는 다른 조종사 한 명만이 남아있었으며, 그가 조종실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민항기 조종실에 조종사 1명만 남아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조사 당국이 사고기 조종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CNN은 사고기 조종실에서 의료 관련 긴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자살비행 임무 같은 모종의 범죄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피터 괼츠 CNN 항공분석가는 “조종사 한 명이 밖에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 같이 진단했다.

조사에 참여한 프랑스 고위 관료는 “추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조종사들의 교신이 없었으므로 고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조종실 화재 등에 따른 기압문제로 조종사들이 의식을 잃는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내 기압장치가 고장 난 가운데 산소마스크가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사가 추락 이전에 의식이 없거나 사망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는 “조종사들이 죽음을 택했거나 강요받았을 수도 있다”며 “테러 가능성을 일찍 배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수색대는 전날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 중 CVR은 회수했으나 엔진가동 상태 고도 등 비행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긴 비행기록장치(FDR)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FDR은 사고기 주요 부분의 위치와 상태를 기록하고 있어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서는 블랙박스 2개의 분석 결과가 모두 나와야 정확한 사실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수색구조대는 26일 사고 현장에서 첫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했다. 현지 산악구조대원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산이 부서진 여객기 파편과 신체 조각들이 온 산과 계곡에 흩어져 카펫처럼 깔려있었다”며 “이런 끔찍한 현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고 비행기가 지상에 내리꽂히듯 추락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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