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기오염 심각성 알린 다큐 상영 금지…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8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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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다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고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직 중국중앙(CC)TV 여성 앵커 차이징(柴靜·39)이 자비를 들여 제작한 104분짜리 다큐 ‘돔 지붕 아래에서’가 6일 중국 주요 동영상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일제히 삭제됐다. 주요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면 ‘이 다큐멘터리는 이 사이트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경고 오류 메시지가 나타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다큐는 중국 대도시에서 일상화된 스모그의 위험성을 일깨우고 환경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형 국유 에너지기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들 기업을 엄격히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는 중국 환경보호부 공무원들의 인터뷰도 포함됐다.

다큐의 행커로 나오는 차이징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2013년 양성종양을 가진 채 태어난 첫 딸의 건강에 스모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토로해 중국인 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이 다큐는 공개 첫날에만 인터넷에서 200만회에 가깝게 조회됐다.

다큐에 대해 처음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뒤바꾼 레이첼 카슨(1907-1964)의 명저 ‘침묵의 봄’에 비견할 만하다”고 찬사(1일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장)를 보내던 중국 당국은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시작되자 급변했다.

NYT는 “다큐가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키자 당국이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중국 관료 사회 내의 정치적 민감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다큐 영상 접속 차단을 명령했으며 언론사들에도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덧붙여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관계자들도 다큐에 대한 기사와 사설을 실으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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