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국 재지정’ 한발 빼기?

  • 동아일보

국무부 “무기-금융 등 이미 제재… 재지정 실질적 효과 크지 않을 것”

소니픽처스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주무 부서인 국무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상징적 효과에 그치고 실질적 제재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관계없이 이미 다른 제재에 의해 무기 수출 및 판매 금지,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해외 원조 금지, 금융 지원 차단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번 사건(북한의 사이버 테러)이 재지정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며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활동에 비춰 (재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뿐이며 (검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예단하지 않겠다. 이것은 최선의 대응 방안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22일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발언 직후부터 “검토는 할 수 있지만 현재의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미국은 처음부터 ‘테러지원국 검토’ 카드를 북한에 대한 외교적 구두 위협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인 테러 행위를 상정한 테러지원국 지정 기준에 이번과 같은 사이버 테러가 포함될 여지가 적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은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 간부 5명을 미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사이버 테러 혐의로 자국 법정에 기소한 상태여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면 중국도 지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북-미 관계 악화가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새로운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부담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소니픽처스#북한#사이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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