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정부 실종機 진실 감추기 급급” 中유족 100명 베이징서 거리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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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시위대 호위한 채 길 터줘… 中정부는 말레이에 위성자료 요구
기상악화로 인도양 수색 중단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370)가 인도양에 추락했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중국 탑승객 가족들이 분노에 휩싸였다. 탑승객 가족 100여 명은 25일 오전 베이징(北京)에 있는 리두(麗都)호텔에서 주중 말레이시아대사관까지 행진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실을 원한다” “더는 속이지 말라” “여보, 빨리 돌아오세요. 저와 애는 어떡해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에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중국 공안은 시위대를 앞뒤로 호위하며 길을 터줬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탑승객 가족들은 전날 오후 항공사로부터 ‘생존자가 없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절규했다. 항공사 측이 잔해를 발견하기도 전에 가족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것도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셰항성(謝杭生)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4일 밤 이스칸다르 빈 사루딘 주중 말레이시아 대사를 불러 “추락으로 판단하게 된 위성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요구한 자료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전날 발표에서 언급한 영국 항공사고조사기구(AAIB)와 영국의 인공위성 회사인 인마샛의 분석 내용이다.

인마샛의 위성은 실종 당일인 8일 MH370에서 발신된 총 8번의 신호를 포착했다. 영국 측은 이를 토대로 항로를 분석했다. 항로 분석에는 ‘도플러 효과’가 응용됐다. 물체와 관측자의 거리에 따라 물체의 파동이 변한다는 원리다. 인마샛 엔지니어들은 실종 여객기의 파장을 분석해 MH370이 인도양 남부로 비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와 중국 등 각국은 25일에도 추락 추정지점을 집중 수색했지만 궂은 날씨로 수색이 중단되면서 아무런 잔해도 찾지 못했다. 호주 국방부 관계자는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우리는 현재 건초 더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조사 내용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사고가 고의적인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조사팀은 갑작스러운 기체 결함이나 화재가 MH370의 이상 비행과 통신 두절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MH370은 또 항로를 변경한 뒤 7시간 이상 통상적인 경로를 따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 지식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수심이 깊은 인도양 남부까지 MH370을 의도적으로 몰고 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조종사들의 테러 연루나 자살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결국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가 들어 있는 블랙박스를 찾아야 한다. 블랙박스 발신기 배터리의 수명은 규정상 30일이고 최대 50일을 넘지 못한다. 다음 달 중순까지 블랙박스를 찾지 못하면 이번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수년 이상이 걸릴 개연성이 크다.

한편 말레이시아항공은 MH370 탑승자 가족들에게 우선적으로 각 5000달러(약 540만 원)를 보상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말레이시아항공#중국#베이징#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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