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정권 대학살 증거 나와… 시리아 평화회담 중대 변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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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시신사진 5만5000장 분석… “전기고문 등 반인륜 범죄 확실”
유엔, 이란 회담초청 하루만에 번복

22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제네바2 회담’을 앞두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을 고문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시리아 정부 수용소에서 2011년 3월∼지난해 8월 숨진 수감자 시신의 사진 5만5000여 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31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카타르 정부의 후원으로 데즈먼드 드실바 전 시에라리온 특별법정 검사와 제프리 나이스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기소한 데이비드 크레인 등 전쟁범죄 검찰관들이 작성에 참여했다.

이 사진들은 시리아군 헌병대에서 일하던 카이사르라는 사진사가 직접 찍은 것으로 구금 중 숨진 사람의 시신 1만1000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피해자 대부분은 20∼40대의 남성으로 상당수가 배 얼굴은 물론이고 다리까지 움푹 꺼진 상태로 말라 있었으며 각목 같은 물체로 구타당한 피멍 흔적도 보였다. 일부 시신에는 눈이 없거나 교살 또는 전기고문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검사팀은 설명했다.

카이사르는 “아사드 정권이 수용소에서 희생자들을 군 병원으로 옮긴 뒤 시신에 번호를 매기고 기록용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등으로 죽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만들어 희생자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드실바 전 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킨다”며 “이 증거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반인권적인 범죄가 자행됐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이 대규모로 민간인을 학살했음을 보여주는 이번 보고서는 제네바2 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우리는 시리아 정부에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3년 동안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12만6000여 명이 숨지고 인구 2200만여 명 중 230만 명가량이 나라 밖 난민으로 전락했다. 한편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20일 “이란 정부를 ‘제네바2 회담’에 초청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담 시작 막판까지 이란이 시리아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한 이른바 ‘제네바1 회담’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을 초청한 데 대해 미국 정부와 시리아 반군,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 초청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초청 전격 철회의 요인이 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사드정권 대학살#시리아 평화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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