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남의 아이 사진이 ‘죽은 아이’로 둔갑,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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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내 아이가 죽은 아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테네시 주에 사는 한 엄마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세 살 소년을 추모하는 사이트에서 자기 아들 사진을 무더기로 발견하고 기겁했다.

많은 엄마가 사랑하는 자녀가 무럭무럭 크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사라 길리엄 씨 역시 다섯 살 아들 잭의 예쁜 얼굴 사진을 자랑삼아 재미삼아 인터넷에 자주 올렸다.

하지만 아이가 워낙 귀여웠기 때문일까. 불순한 의도로 길리엄 씨의 블로그에 접근한 사람이 있었다.

16일 미국 NBC 뉴스는 길리엄 씨가 '라일리 보먼'이라는 백혈병으로 죽은 아이를 추모하는 헌정 사이트에서 잭의 사진이 무더기로 도용된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잭이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찍은 평범한 사진에는 '라일리의 마지막 산책'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길리엄 씨가 잭을 끌어안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진 아래에는 '라일리, 누구도 너를 뺏어갈 순 없어라고 말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따위의 '소설'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라일리와의 암 여행, 라일리에 대한 기억 등 갖가지 코너도 있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아이를 죽은 아이로 둔갑시켰으니 부모로선 끔찍할 수밖에 없을 터. 더구나 이 사이트는 '라일리 팀', '라일리 편에 서 있을게' 라는 문구가 적힌 추모 티셔츠까지 팔고 있었다. 남의 아이 사진을 가져다가 티셔츠 장사에 써먹은 것이다.

길리암 씨는 이 기가 막힌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고, 많은 이가 분노했다. 결국 '네티즌 수사대'가 나서 범인을 잡기 위해 사이버 공간을 뒤졌다. 그 결과 '날조' 사이트를 만든 사람이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17세 고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은 페이스 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관련 블로그, 페이스 북, 유튜브 채널을 전부 내렸다. 그는 가짜 사이트로 돈을 벌거나, 기부를 받은 적이 없다며 길리엄 씨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다. 별생각 없이 공개한 아이 사진으로 호된 경험을 한 길리엄 씨는 인터넷에 올린 아이 사진을 전부 삭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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