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집권당 5년 더… 말레이시아 총선, 반전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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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의석 222석 중 133석 차지 낙승… 야당 “30~40곳서 부정선거” 불복
나집 총리 연내 퇴진설 등 정국 혼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말레이시아 총선이 여당의 낙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독립 이후 56년간 집권해온 국민전선은 최장 5년간 더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여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 데다 부정선거 논란까지 겹쳐 당분간 말레이시아 정계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 총의석 222석 가운데 나집 라작 총리가 이끄는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이 133석을,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야권 3당 동맹인 국민연합(PR)이 89석을 차지했다고 6일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통일말레이민족기구(UMNO)를 중심으로 연합한 국민전선이 줄곧 집권해 왔다. 말레이시아 선거법은 5년 내에 총선을 치르도록 돼 있으며 보통 4, 5년마다 총선이 실시된다.

총선과 함께 실시된 12개 주 의원 505명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전선이 275석, 국민연합 229석, 기타 정당이 1석을 얻어 국민전선이 승리했다.

선거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오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5.6% 늘어나는 등 경제 상황이 양호한 점을 내세우면서 ‘안정’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야당은 정치·경제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BBC방송은 분석했다. 또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말레이계 주민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면서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고 BBC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2008년 총선에 비해 7석을 더 얻는 데 그쳐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말레이계 주민들이 많은 농촌지역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총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AP통신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농촌 빈곤층과 변화를 원하는 도시 중산층의 표가 완전히 갈렸다”고 지적했다. 6일 말레이시아 증시는 전날보다 7.8%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당은 ‘여당이 외국인들을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30∼40개 선거구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낼 것”이라며 “8일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건국 지도자 중 한 명인 압둘 라작 후세인 전 총리의 아들로 2009년 4월부터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예상보다 큰 차이로 승리했지만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함에 따라 나집 총리의 입지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여당 관계자는 로이터에 “나집 총리가 올해 안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여당의 막후 실력자)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전선은 2008년 총선에서 140석을 얻는 데 그쳐 3분의 2 의석(148석)을 지키지 못했고, 이 때문에 압둘라 바다위 총리가 사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말레이시아#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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