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동성부부 불이익’ 위헌 심리 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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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판정땐 합법화 길 열려… 6월말경 최종판결 나올 듯

미국 대법원이 27일부터 결혼을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의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Defense of Marriage Act)에 대한 위헌 심리를 시작한다. 미국에서 이 재판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하는 90석의 일반 방청석 입장권을 받기 위해 21일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배부되지도 않은 입장권의 암표 가격이 6000달러(약 666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연방 결혼보호법은 동성 결혼자들이 이성 결혼자들과 동일한 세금 연금 이민 혜택 등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법이 과연 평등에 관한 수정헌법을 침해하는지를 판결한다. 위헌 판정이 나면 미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길이 열린다. 대법원은 6월 말경 위헌 여부를 최종 판결한다.

대법원은 연방 결혼보호법의 위헌 심리 시작에 하루 앞선 26일부터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 결혼 금지법인 프로포지션8에 대한 위헌 심리도 시작한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2008년 이 법을 통과시켰지만 이에 반발하는 동성 결혼 지지자들의 위헌 소송 제기로 대법원까지 올라왔다. 미 동성애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프로포지션8이 발의되기 전부터 시청에서 동성 결혼식 및 증명서 발급이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심리에 대한 방청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 ‘밤샘 줄 서기’와 ‘입장권 배포 전 치솟는 암표 가격’ 등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대법원이 재판 과정의 TV 중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일반인 좌석도 90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 내에서는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CNN이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57%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중 동성애자가 있다”고 답했다.

보수적인 공화당에서도 젊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공화당의 대표적 선거 전략가인 칼 로브는 “2016년 대선후보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미국대법원#동성결혼#D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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