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트남어선에 발포… 남중국해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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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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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 명중돼 선실 화재… 베트남 “정상조업중 피격”
中외교부 “해군 대응 정당”

중국 군함의 신호탄 조준사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베트남 어선 ‘QNg 96382’호. 이번 사건으로 중국과 베트남 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출처 중국신원왕
중국 군함의 신호탄 조준사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베트남 어선 ‘QNg 96382’호. 이번 사건으로 중국과 베트남 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출처 중국신원왕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에 발포해 양국 사이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베트남 어선에 발포까지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베트남 정부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광보(廣播)망이 베트남 언론을 인용해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해군 ‘786 완닝(萬寧)’ 호가 20일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부근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 ‘QNg96382’호에 경고사격을 가했다. 당초 이 어선은 13일 이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중국 해양감시선 두 척에 의해 쫓겨났으나 다시 진입했다. 20일 이 어선을 발견한 완닝 호는 30분 정도 추격하다 경고 사격에 이어 신호탄을 조준 발사했다. 신호탄이 베트남 어선에 명중돼 선실 지붕 등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선박 전체로는 번지지 않았다. 완닝 호는 어선에 불이 나자 추격을 멈췄다.

베트남 외교부는 “정상적인 조업 활동을 벌이다 총격을 받았다”며 “베트남의 주권을 침해하고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손실을 입힌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또 “베트남 정부는 중국 측이 조사해 엄격히 처리하고 배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측은 이번 사건이 양국 간 해상 분쟁의 해결 방향을 제시한 국제법 원칙과 협정을 심각하게 파기한 것으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 취지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 측은 25일 하노이 주재 중국 대사관에 외교문서를 전달하고 공식 항의했다. 또 베트남 국영 신문사는 26일 배 일부가 불에 탄 어선 사진들을 게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사 군도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훙 대변인은 자체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어선에는 어떤 손실도 생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베트남 측에 어민의 교육, 관리를 강화해 불법 조업을 막으라고 역공을 폈다.

중국과 베트남은 시사 군도와 난사(南沙·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등 분쟁 도서 해역에서 수십 년 동안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특히 1988년 3월 14일 난사 군도에서 양국 해군 간에 해전이 벌어져 베트남 군함 3척이 격침되고 64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해전 발발 원인을 두고 양측은 서로 먼저 공격을 받아 반격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베트남 측에서는 매년 3월 14일에 해전 기념 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날 반중국 시위가 종종 벌어졌다. 특히 최근 이들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유권 분쟁은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베트남어선#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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