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발 맞는지 안맞는지는 신은 사람만 알아”

  • 동아일보

서방 내정간섭에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립국제관계대에서 “신발이 발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신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정에 서방 국가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시 주석은 이날 강연에서 “한 국가의 발전 방향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그 나라와 그 인민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특정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해당 학교가 러시아 고급 외교관 양성 기관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1954년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가 천명한 이래 계속 견지해 온 ‘평화공존 5원칙’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평화공존 5원칙은 영토의 보존, 상호 주권 존중과 불가침, 내정 불간섭, 호혜평등, 평화공존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만 롄허(聯合)보 등은 인종 문제나 인권 문제, 소수민족 정책, 영토 분쟁 등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간섭하지 말 것을 ‘신발론’으로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시 주석의 외교가 주변 강대국과의 대립보다는 협력을 추구하지만 내정간섭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러 관계에 대해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 가운데 하나”라며 “이는 양국관계뿐 아니라 세계의 균형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22일 러시아에 도착한 시 주석은 24일 다음 행선지인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향했다.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21세기경제보도는 시 주석의 방문 기간에 중국이 탄자니아에서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항구 개발 공사를 수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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