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위기의 바티칸, 유럽 밖에서 교황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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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베르고글리오, 266대 교황 선출… 즉위명 프란치스코
미주 출신으론 처음… 성추문-비리 얼룩진 가톨릭 혁신 과제

13일 오후 8시 20분(한국 시간 14일 오전 4시 20분) 로마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 아르헨티나 출신의 266대 새 교황 프란치스코(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76)가 젖혀진 커튼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장을 가득 메우고 기다리던 15만여 명의 신자와 관광객들은 바티칸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질렀다. “파파, 파파.”

교황 프란치스코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한 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앞을 응시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하느님께서 저를 축복해주실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교황 프란치스코는 “콘클라베(추기경단 선거회의)는 로마 주교를 뽑는 것이다. 그런데 동료 추기경들이 세상의 끝(자신의 고향 아르헨티나를 의미)까지 간 것 같다”고 가벼운 농담을 건넨 뒤 “전 로마 주교 베네딕토 16세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추기경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하느님이 여러분을 용서하길…”이라는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자신을 ‘로마 주교’로 부른 것은 군림하는 교황이 아닌 다른 주교나 성직자, 신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새로운 교황상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중을 먼저 축복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먼저 자신의 축복을 빌어달라고 요청한 것도 겸손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교구장이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고 자신을 낮춰 ‘겸손과 절제’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추문과 부패 등으로 얼룩져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가톨릭교회를 혁신하고 재건하는 큰 임무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에서 후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콘클라베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주 대륙 출신으로 교황에 선출됐다. 비유럽권 교황으로는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이다. 그는 1534년 로욜라가 설립한 수도회 예수회에서 배출된 첫 교황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12일 콘클라베가 시작된 후 네 번째 만에 선출돼 예상보다 빨랐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28일 “고령으로 직무수행이 어렵다”며 598년 만에 자진 사임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4일 오후 5시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단을 대상으로 첫 미사를 집전했다.

바티칸시티=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교황#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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