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뒤 더 꼬인 정국… 세계금융시장 ‘악 소리’

  • 동아일보

26일 나온 이탈리아 총선 결과 새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고 재선거까지 치를 가능성이 대두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상승했고 전 세계 주식시장은 1∼3% 급락했다. 이탈리아는 4%대까지 추락했다. 유로존 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시작됐다.

○ 세계 증시 요동…국채 금리 상승

현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을 이어 나가겠다고 약속한 중도좌파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과반수 1당이 됐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우파 자유국민당에 밀려 과반수 달성이 어려워지자 시장이 요동쳤다. 긴축정책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4%포인트나 올라 12월 중순 이래 최고치인 4.86까지 치솟았다. 이런 분위기는 27일 65억 유로어치의 국채 발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파장으로 25일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5% 떨어진 13,784.17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83% 하락했다.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 발동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지만 금주 내 정치권의 합의가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락을 부추겼다. 26일 도쿄 증시도 전날보다 263.71엔(2.26%) 떨어진 11,398.81엔으로 장을 마쳤다. 26일 유럽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해 오후 3시 현재 이탈리아는 전날 대비 ―4.41%, 독일 ―1.75%, 프랑스 ―2.14%, 영국 ―1.34%, 스페인 ―2.63%를 기록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이탈리아 국민이 긴축을 거부했다”라고 평가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이지만 이탈리아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재무장관들은 “이탈리아는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시계 제로 정국…새 정부 출범 난망

이탈리아 정국은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운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국회를 마비시킨 충격적인 투표’라고 보도했다. 전국 득표율로 의석을 주는 하원은 민주당이 29.54%로 1위를 차지해 특별 규정에 따라 과반수 의석(340석)을 확보했다. 자유국민당은 29.18%(124석)로 2위에 올랐다.

문제는 20개 지역구별 득표율로 의원을 선출한 상원(315석). 자유국민당이 전국 득표율은 조금 낮았지만 롬바르디아, 시칠리아 등 큰 주에서 승리하며 1위(116석)에 오른 것. 민주당은 2위(113석)에 그쳤다. 민주당이 특별선거구 의석 7개를 추가해도 120석에 불과해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18석)과 합쳐도 과반(158석)이 안 된다.

이탈리아는 상원도 하원과 똑같이 △조각 승인권 △내각 불신임권 △법률 통과권 등을 갖고 있어 하원 1당이 상원에서 과반수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 출범이 어렵다.

민주당은 중도연합의 지지와 5성운동과도 정책별 연대를 통해 급한 대로 과반수를 노린다는 구상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첫 원내 진출에 일약 3위 정당이 된 최대 승리자 베페 그릴로 5성운동 대표는 “환상적인 결과다. 우리는 엄청난 세력이 될 것”이라며 “기성 정치인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개월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 타도를 외쳐온 5성운동은 특정 정파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 과도정부 구성 후 6월 재선거 전망


전문가들은 “재앙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로버트 달리몬테 루이스대 교수)며 “몇 개월 내 재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시장은 요동칠 것”(제임스 월스톤 로마 아메리칸대 교수)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유로존 퇴출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작년 6월 안정적인 1당을 만들기 위해 총선 재투표를 한 것과 비슷하다. 스테파노 파시나 민주당 경제 대변인도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려면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중도연합, 5성운동의 지지를 얻어 수개월짜리 시한부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의회가 5월 15일까지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 만큼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협상을 전제로 5성운동을 임시 연정에 합류시킨 뒤 6월 중 재선거를 한다는 것. 5성운동은 비례대표 선거를 지역구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글렌데본킹 자산운용사의 니콜라 마리넬리는 “재선거를 하면 5성운동에 표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탈리아 총선#세계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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