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째… 끝모를 티베트 분신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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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강압통치 항의’ 20대 승려… 네팔 불교사원 인근서 분신
망명정부 로브상 상계 총리… “언론자유없어 유일한 수단”

세계 독립운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티베트 분신 사태가 13일 100명을 넘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경 20대 초반의 티베트인 승려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티베트 불교 사원인 부다나트 근처에서 분신했다. 티베트에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승려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하다. 그가 분신한 곳은 세계 최대의 스투파(불탑)가 있는 유명한 사원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도 이날 100번째 분신을 확인했다. 롭상 최닥 대변인은 “이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라며 “망명정부는 극렬한 항의를 삼가라고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망명정부에 따르면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항의해 2009년부터 이날까지 100명이 분신했으며 83명이 숨졌다.

분신은 그동안 티베트와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성 등 티베트와 가까운 지역에서 발생했다. 티베트의 접경 국가인 네팔에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히말라야 산맥을 넘은 티베트인 약 2만 명이 망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로브상 상계 총리는 AFP통신에서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분신 사태는) 언론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고, 항의를 할 수 있는 어떤 배출구도 없기 때문에 티베트인들은 분신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티베트인을 지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지역을 완전히 군사요새화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망명정부는 최근 항의 활동을 연달아 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연쇄 분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티베트 강경책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이달 초 “분신을 교사했다”라며 티베트 승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특히 티베트력(曆)으로 설날(12일)이 있는 이번 주부터 다음 달 초 새 정부가 출범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까지 티베트인 분신이 급증할 것을 우려해 왔다. 이에 따라 티베트에는 분신을 막기 위한 인력과 장비가 증강됐다고 홍콩 밍(明)보는 전했다.

한편 티베트족 집중 거주지에서는 최근 분신 사주 등의 혐의로 70명이 체포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티베트#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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