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설문 총책임자… 논리파에서 감성파로 교체

  • 동아일보

“‘이성’에서 ‘감성’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총책임자가 교체되면서 오바마의 메시지 전달 방식이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다음 달부터 대통령 연설문 총책임자가 존 패브로(32)에서 코디 키넌(31)으로 교체된다고 5일 밝혔다.

패브로와 키넌의 연설문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 2005년 오바마 상원의원 시절부터 연설문 총책임을 맡아 온 패브로는 오바마 1기와 2기 취임 연설, 2번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4번의 연두 국정연설 등을 담당하며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딱딱해 오바마 특유의 연설력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패브로 연설팀에 속해 있다가 승진 발탁된 키넌에게는 ‘비극 연설 전문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지난해 코네티컷 뉴타운, 2011년 애리조나 투손 총기난사 사건 때 오바마의 추모 연설은 모두 키넌의 손끝에서 나왔다. 국가적 슬픔을 딛고 단합하자는 메시지로 심금을 울린 두 연설은 취임 후 오바마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대통령 연설의 대부분은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 설득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키넌이 어떤 스타일의 연설문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미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설문 총책으로서 키넌의 데뷔작은 12일 의회 상·하원 국정연설이 될 예정이다.

패브로와 키넌은 명연설가 존 케리 전 상원의원(현 국무장관)과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연설팀에 각각 속해 있다가 2000년대 중반 오바마팀에 합류했다. 특히 2004년 케리 연설팀의 막내였던 당시 23세의 패브로는 오바마를 스타로 만들어준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 대해 당돌하게 충고했다. 이를 눈여겨본 오바마가 스카우트한 것.

연예잡지 피플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중 한 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잘생긴 패브로는 할리우드에서 극작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의 전임이자 2004년 오바마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썼던 존 러빗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이며 최근 ‘1600 펜실베이니아(백악관 주소)’라는 시트콤을 집필 중이다. 20대와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오바마 연설팀은 톡톡 튀는 신세대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할리우드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파브로#키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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