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S&P상대 민사소송 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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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증권 위험도 낮게 평가… 금융위기 원인 제공했다”
‘무소불위 경제권력’에 메스

미국 정부가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으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온 국제신용평가회사(신평사)에 처음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부실한 신용평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책임을 물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은 4일 미 법무부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세계 1위 신평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S&P가 2004∼2007년 2조8000억 달러(약 3044조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과 1조2000억 달러(약 1304조 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기면서 증권 발행기관에 유리하도록 위험도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라고 밝혔다. 적용 혐의는 금융사기 등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 신평사의 위법 행위에 대한 미 정부의 첫 법적 대응이다. 미 법무부는 S&P가 10억 달러(약 1조87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는 협상안을 지난주에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나머지 3대 신평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이번 소송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해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금융시장의 파수꾼’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주요 신평사가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믿고 모기지 증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부실이 드러나면서 증권 가격이 폭락해 잇따라 큰 피해를 봤으며 이는 고스란히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SJ는 “이번 소송은 미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 검찰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사회의 이목을 끌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 검찰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S&P는 “(이번 소송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았거나 법적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특히 “신용평가는 미 수정 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라며 시장에서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도 폈다.

신평사의 개혁을 밀어붙여 온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가세해 신평사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및 유럽의회,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신평사의 위법 행위 및 중과실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신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혁안에 지난해 말 합의한 바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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