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량 섭취에도 치명적… ‘소리 없는 암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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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死因 의혹 방사성 물질 ‘폴로늄’

독살설이 제기되는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시신을 발굴하는 이유는 방사성물질인 폴로늄-210이 잔류하고 있는지 검사하기 위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다 2006년 사망한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몸에서도 발견된 이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폴로늄-210이 암살용으로 쓰이는 이유는 극소량만 섭취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물에 몰래 넣어도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독극물을 섭취한다. 이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기 때문에 ‘조용한 암살자’로 불린다. 리트비넨코는 폴로늄-210이 들어간 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폴로늄-210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g 정도가 생산된다. 대부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핵 원자로에서 만들어진다. 이 물질의 용도는 주로 정전기 방지 등 산업용이다. 다만 극소량으로도 위험성이 커 미국에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작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물질의 인체 안전 최대 허용량은 7pg(피코그램·1pg은 1조분의 1g)이다. 이 물질이 몸에 들어가면 식중독 증세와 함께 심한 설사를 일으킨다. 이어 간 신장 등 장기와 뼈 속까지 남아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

폴로늄-210은 공항 등의 검색대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폴로늄-210은 투과력이 약한 알파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도 공항 검색대에서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독살설#야세르 아라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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