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내 말이 법”… 野 “파라오 부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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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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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 권한 강화 새 헌법 선언문 전격 발표
사법기구 의회해산권 제한… 전국서 찬반 시위대 충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재에 나서 중동 외교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사진)이 ‘전제 군주’와 같은 대통령 권한 강화에 나서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친(親)무르시 시위대가 23일 전국적으로 충돌하면서 이집트가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이집트 전국 곳곳에서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수에즈, 포트사이드, 이스마일리야 등 3개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자유정의당’ 당사에 불을 지르며 항의했다. 무르시 대통령 지지 시위대도 카이로를 비롯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에 집결해 반대 시위대에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이집트 정부는 찬반 시위대의 무력충돌에 대비해 카이로 타흐리르광장 주변에 구급차와 군경을 배치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나는 신과 국가를 위해 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모든 이들과 상의한 뒤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CNN방송은 22일 “무르시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 결정 과정에서 사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새로운 권력을 부여하면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야세르 알리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이 옛 체제를 타파하고 사회 부패를 척결하는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헌법 선언문은 제헌과 관련된 대통령 지침이다. ‘아랍의 봄’으로 불린 시민혁명 이후 총선거로 새로 들어선 이집트 의회는 현재 제헌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번 선언문에 사법기구가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 이에 반대파는 “비상사태법과 다름없다”며 “선언문이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대통령이 발표하는 법령과 헌법 선언문은 최종적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선언문은 또 “대통령은 혁명을 위해 어떤 조치와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야권 유력 인사이자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는 트위터에서 “혁명의 거대한 바람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무르시는 오늘 모든 국가 권력을 찬탈하고 자신을 이집트의 새 파라오(전제 군주)로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집트 지역 책임자인 헤바 모라예프는 “이번 선언문의 근본적 문제는 새 헌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결정과 법령이 사법 권력과 완전히 분리돼 대통령에게 면책권을 줬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법치를 모두 위협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의 하나인 3권 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또 지난해 반정부 시위대 탄압을 주도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심을 명령했다. 이들이 시위대 학살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 잘못된 증거 때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손택균·정임수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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