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 미국의 선택]첫 개표 마을 5:5… 두번째 마을 오바마 ‘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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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오바마 친척 마을… 대형스크린으로 선거 지켜봐

앞으로 4년 동안 지구촌을 이끌고 나갈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을 뽑는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와 개표 과정에 온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하루였다.

미국 뉴햄프셔 주 딕스빌노치 유권자들은 선거 전날 저녁부터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다가 6일 0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투표를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태어난 케냐 서부 코겔로 마을 주민들은 잠을 자지 않고 거리에 나와 TV로 미 대선 장면을 지켜봤다.

딕스빌노치에서 등록 유권자 10명이 투표를 하고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결과는 5 대 5 동률. 민주당원 2명과 공화당원 3명, 무당파 5명이 투표한 결과였다. 1960년부터 첫 투표 관행이 시작된 이후 딕스빌노치에서 대선후보들이 무승부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선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서 15표를 얻어 6표를 얻은 존 매케인 후보를 눌렀다.

이 마을에서 약 130km 떨어진 하츠로케이션에서도 비슷한 시간 투표가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23표를 획득해 9표를 얻은 롬니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하츠로케이션은 1948년부터 0시 첫 투표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나친 언론 노출의 부작용으로 1964년 포기했다. 1996년부터 다시 0시에 투표를 시작했지만 딕스빌노치에 관심을 뺏긴 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케냐 코겔로 마을의 초등학교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할머니인 샤라 오바마 씨(90)도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고향집에서 선거 장면을 지켜보았다. 샤라 씨는 오바마 대통령의 할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샤라 씨를 자신의 할머니로 여기고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유권자 3명 가운데 1명은 공식 투표일 이전에 이미 선거를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선거일 전에 노약자, 군인 가족, 국내외 출장자 등이 편한 날을 택해 미리 투표(우편 또는 직접)할 수 있도록 조기투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조기투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USEP)’에 따르면 5일까지 조기투표자는 3172만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갤럽은 올해 조기투표율이 33%로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에는 31%, 2000년에는 15%가 조기투표를 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는 3일 현재 179만여 명이 조기투표를 했으며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 29%, 공화 23%로 파악됐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5일까지 450만 명이 조기투표를 마쳤다. 전체 등록 유권자 1200만 명 가운데 투표할 것으로 보이는 잠정 투표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이 벌어진 다음 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사관 피습 사건이 테러행위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CBS는 당시 이 발언을 편집한 채 보도했다가 대선을 이틀 앞둔 4일 홈페이지에 이 발언이 담긴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사관 피습을 처음부터 테러로 규정하지 않은 셈이고 CBS는 오바마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의 발언을 두 달 가까이 묵혀 두었다는 공격에 직면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케냐#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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