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 미국의 선택]오바마, 친구들과 농구경기… 롬니, 선거일까지 총력 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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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박현진 특파원 美 대선투표 현장 시카고를 가다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 당일인 6일(현지 시간) 오전.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지만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강 근처 컨벤션센터인 매코믹플레이스 앞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재선이 확정되는 순간 이곳에서 캠프 참모들과 자원봉사자 친구 가족 지지자 등 1만여 명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열고 당선 연설을 할 예정이다.

오바마는 5일 위스콘신과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3개 경합 주에서 유세를 마친 뒤 밤늦게 전용기를 타고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시카고에 도착했다. 그는 시내 워배시가에 마련된 선거사무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자동차로 5분 거리인 매코믹플레이스로 이동해 지지자들과 승리를 만끽할 예정이다.

그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친구들과 농구경기를 할 계획이다. 그는 2008년 뉴햄프셔 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일에 농구를 하지 않는 바람에 패배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선거일에 농구를 즐기곤 했다. 오바마의 수행 보좌관 역할을 하다가 지난해 말 백악관을 떠난 레지 러브가 이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탑승해 농구경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4년 전인 2008년 11월 4일 당선연설을 했던 시카고의 야외 공원 그랜트파크와는 달리 매코믹플레이스는 훨씬 보안이 엄격했다. 오바마 선거 캠페인 슬로건인 ‘앞으로(Forward)’가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린 가운데 인부들이 연단을 세우는 등 막바지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오바마의 당선이 거의 확정적이었던 2008년과는 달리 지지자들에게는 불안한 기색이 없지 않았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선거 자원봉사단원으로 활동해 온 폴리 씨는 “예전 대선에서는 선거 당일 밤에 승리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에 오늘(6일) 밤에 파티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당초 예상했으나 박빙의 승부여서 당선연설 시간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새벽이나 아침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같은 시간 오바마 선거사무실 근처 웨커 드라이브에 위치한 투표소 앞에는 추운 날씨에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시카고 시내 투표소 200여 곳에서 오전 6시에 시작된 이날 투표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흑인 커뮤니티가 강한 시카고답게 흑인 유권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오바마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오바마가 시카고에 있을 때 거주했던 그린우드 애버뉴의 생가 일대 몇 블록에 삼엄한 경비를 서면서 아예 출입을 차단했다. 오바마의 선거사무실 근처에서는 그의 매코믹플레이스 당선연설을 보기 위해 왔다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지지자들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아쉬움이 승리의 환호성으로 바뀔지는 7일 0시(현지 시간)에서 새벽 사이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5일 위스콘신 매디슨 유세에서 1년 6개월여에 걸친 선거전의 대장정을 마치는 최종 연설을 했다. 그는 입김이 보일 정도로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 “미국은 모두가 잘사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나에게 4년을 더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연설 도중 감격에 겨운 듯 3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오바마는 “시장경제가 모두에게 잘살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기회의 평등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최근 4년 동안 나는 건강보험 교육 고용 등에서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가 제공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썼다”고 자평했다. 이어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부자의 세금을 감면하고 거대 은행의 규제를 푸는 것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구식 게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롬니 ‘끝까지’… 투표후 일정 안 잡았다가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경합주 날아가 한표 호소 ▼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투표일인 6일 오전 자택이 있는 매사추세츠 주 벨몬트에서 투표를 마친 뒤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주로 날아가기로 했다. 당초 5일 뉴햄프셔 유세를 마지막으로 선거운동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워낙 박빙의 승부여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그는 피츠버그 시와 클리블랜드 시에 있는 캠프 사무실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주지사를 지낸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러닝메이트인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행사에 참석한다.

롬니는 5일 플로리다 샌퍼드 유세에서 1년 6개월여의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최후 연설을 했다. 그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국민은 나빠지기만 하는 경제에 지치기에도 지쳤다”며 “나에게 이 나라를 바꿀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나야말로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러분은 대선 TV토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의 차이를 봤을 것”이라며 “나는 대학생이 4년 공부한 후 취직을 할 수 있고 하루 2개씩 일을 뛰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대선#오바마#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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