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앞둔 美대선… 정치풍자 토크쇼 폭발적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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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비상걸린 오바마 “나, 또 출연할래”

미국 유명 정치풍자 토크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조롱하는 내용의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틈만 나면 “내 권위를 존중하라”고 외치는 인기 만화 ‘사우스파크’의 자아도취적 캐릭터 ‘카트먼’에 빗대고(위쪽), 롬니 후보는 인기 만화 ‘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탐욕스러운 사업가 ‘미스터 번스’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비꼬고 있다. 코미디 센트럴 TV 화면 캡처
미국 유명 정치풍자 토크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조롱하는 내용의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틈만 나면 “내 권위를 존중하라”고 외치는 인기 만화 ‘사우스파크’의 자아도취적 캐릭터 ‘카트먼’에 빗대고(위쪽), 롬니 후보는 인기 만화 ‘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탐욕스러운 사업가 ‘미스터 번스’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비꼬고 있다. 코미디 센트럴 TV 화면 캡처
2010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점쳐지던 급박한 시점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풍자 토크쇼인 ‘데일리 쇼 위드 존 스튜어트’(존 스튜어트 쇼)에 출연하고 싶다고 급히 연락했다.

젊은 유권자가 많이 보는 이 프로그램에 나가 투표를 독려해서 민주당의 패배를 막고자 했던 것. 스튜어트가 “최근 2년 동안 어디에 있었습니까. 백악관에서는 안 보이던데…”라는 등 조롱하는 발언을 잇달아 터뜨렸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처절한 구애 작전에 매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긴급한 상황을 맞아 18일 다시 한 번 존 스튜어트 쇼에 출연한다. 2008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대결을 벌일 때도 이 프로그램을 찾았다. 이 쇼는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많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이후 세 번, 상원의원 시절까지 합치면 모두 6번 출연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존 스튜어트 쇼 사랑은 미국에서 날로 커지는 정치풍자 토크쇼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 TV 선거광고의 홍수와 함께 정치풍자 토크쇼의 압도적 인기를 꼽았다.

현재 미국 지상파와 케이블TV 채널에서는 20여 개의 정치풍자 토크쇼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콜버트 리포트’ ‘빌 메이어의 리얼타임’ 등이 인기가 높다. 풍자성이 떨어지지만 폭스TV의 정치 토크쇼 ‘오라일리 팩터’는 폭스의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대개 30분∼1시간으로 구성된 정치풍자 토크쇼는 비슷한 형식이다. 전반부에는 최근 정치 이슈와 사건들을 정리해 알려주고 후반부에는 유명 정치인을 초청해 얘기를 듣는다. 핵심은 농담과 패러디를 동원해 정치 세태를 풍자하고 정치인들에게 뼈아픈 공격을 가하는 것. 스튜어트는 최근 ‘47% 발언’으로 곤경에 빠진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구명조끼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직접 구명조끼에 바람을 불어넣는 시범을 보였다.

정치풍자 토크쇼는 정치인들의 과거 발언과 행동을 구체적인 증거와 팩트로 제시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프로그램에 초청된 정치인들이 꼼짝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웬만큼 조롱을 참아내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예 출연을 사양한다. 롬니 후보는 아직 한 번도 존 스튜어트 쇼에 출연하지 않았다.

정치풍자 토크쇼의 선구자 격인 존 스튜어트 쇼는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다. 30분짜리 프로그램에 32명의 작가가 투입된다. 철저한 자료 조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3분짜리 코너당 5∼7명의 작가가 매달린다. 자체 기자 20여 명이 ‘현장 급습’을 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 출신 기자들은 인기를 얻어 독자적인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정치인 자신도 모르는 과거 비디오 클립을 찾아내고 통계치를 발굴해내는 실력은 웬만한 뉴스 프로그램을 압도한다. 존 스튜어트 쇼의 대선 보도는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상인 피바디상, 에미상을 받았다. 타임지는 역대 최고의 100대 TV 프로그램 중 하나로 존 스튜어트 쇼를 꼽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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