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행동수칙 만들자 “NO”… 시리아 제재 동참해야 “NO”
북핵 영향력 행사해달라 “…”
후진타오 만났지만… 중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시리아 해법 등 국제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협조 요청을 정면에서 일축했다. 외교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으로 중국이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클린턴 장관 면담을 회동 전날 취소해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중국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남중국해 행동수칙(Code of conduct)’ 제정을 위한 외교 절차에 착수하는 것은 모든 당사자의 관심사”라며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남중국해 행동수칙은 분쟁국 모두가 참여해 영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며 유엔해양법협약에 근거한 법적구속력을 갖는다.
그러나 양 부장은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 섬과 인근 해역에 주권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영유권에 대한) 풍부한 근거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미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이 요구한 남중국해 행동수칙 제정을 거부하고 일대일 협상으로 이 문제를 풀겠다고 주장해 왔다.
시리아 문제에 대해 클린턴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의 제재를 막고 있는 데 대해 우리가 실망하고 있다는 건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양 부장은 “역사는 중국이 시리아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맞섰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의 ‘독특한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양 부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클린턴 장관은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거론하는 등 예상보다 낮은 톤으로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은 의외로 강경한 태도였다.
이에 앞서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예방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전날 오후 11시경 ‘예기치 않은 일정’을 이유로 시진핑 부주석과의 면담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이날 해외판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과 인접국을 이간질하지 말라”며 강력한 반격을 경고했다.
한편 대만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및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9일 센카쿠 열도에서 최단 거리에 있는 펑자(彭佳) 섬을 시찰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들은 “마 총통이 레드라인을 밟지 않는 방식으로 일본을 향해 댜오위다오의 주권을 선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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