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은 우리가 맡을게… 참아, 이스라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 이란核 압박 전방위 조치 계획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미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이란 압박’에 나섰다. 이스라엘을 달래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 미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조치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이달 16∼27일 미국과 2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뢰제거 훈련이 걸프 만에서 예정대로 실시된다. 이번 훈련에는 군함, 헬리콥터, 수중 드론(무인 수중 정찰 장비) 등이 동원될 예정이다. NYT는 이번 훈련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이란의 위협을 미국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는 또 수개월 내에 카타르에 새로운 미사일 방어 레이더 시스템을 완공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이미 이스라엘과 터키에서 운용하고 있는 레이더 시스템과 함께 이란을 반원 형태로 둘러싸는 ‘방어우산’이 형성된다. 군 관계자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미사일에 탑재한다 해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가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선언을 하거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비밀 사이버작전 ‘올림픽 게임스’의 후속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된 작전은 이란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를 교란해 통제력을 약화시켰지만 이란이 2010년 방어체제를 갖춰 무력해졌다. 백악관은 이란에 명확한 금지선(red lines)을 설정하는 협상전략이 필요한지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으로 중동지역에 새로운 분쟁이 시작되는 것을 우려한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신뢰할 만한 다른 대안을 제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해 명확한 금지선을 정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다시 압박했다.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가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란에 강경 대응을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난해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분명한 경고’를 할 수 있을지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 이스라엘의 무력행동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이스라엘에 휘말려 불필요한 군사적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공격에 대응하기로 결정했으며 대응 공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책임은 이스라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미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미국#이란#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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