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최악의 날’… 軍, 수도서 200명 처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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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감시단 철수 틈타 25일 전역서 440명 사망… 유혈사태 이후 최대 살육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이 유엔감시단의 활동이 끝난 틈을 타 수도 다마스쿠스 등지에서 총공세를 벌여 25일 하루에만 44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 CNN 방송은 25일 반정부단체인 시리아지역조정위원회(LCC)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 발생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정부군의 공격으로 하마 주 트렘세에서 220명이 사망한 뒤 하루 최대 인명 학살이 벌어진 것.

특히 최근 1주일간 정부군이 초토화 작전을 펼친 다마스쿠스 외곽의 다라야 지역에서는 정부군이 즉결 처형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200구 이상이 이날 무더기로 발견됐다. 440명 이상 사망자 집계에는 이들도 포함됐다. LCC는 비디오 영상을 통해 새까맣게 탄 채 담요에 싸인 시신 수십 구와 모스크에 무더기로 놓인 시신 150구를 공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발견된 시신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어린이 3명과 여성들도 있었다.

라미 압둘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소장은 “제2도시 알레포 등 시리아 전역에서 사살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7개월간 이어진 유혈사태에서 8월은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달로 기록됐다고 주요 외신은 전했다. 서방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말부터 헬기와 전투기, 탱크를 동원해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8월에만 3000명 이상의 민간인과 반군이 목숨을 잃고 1000명의 정부군이 사망했다고 SOHR는 밝혔다. 유혈사태 이후 총 사망자는 2만4500명에 이른다.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 이웃 나라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도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24일 밝혔다. 이날 터키에만 난민 3500명이 입국해 하루 난민 유입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은 지난달 말까지 4만4000여 명 수준이었으나 한 달 사이에 수가 급증하면서 약 7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AFP통신은 26일 “지난달 18일 이후 행방이 묘연해 한때 망명 소문까지 돌았던 파루크 알샤라 시리아 부통령이 다마스쿠스 자신의 집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권이 이례적으로 외국 언론에 부통령의 동정을 공개한 이유는 최근 일부 아랍 언론들이 그의 ‘요르단 망명설’과 ‘탈출 실패로 인한 구금설’ 등을 연달아 보도하며 정권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반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다음 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라크다르 브라히미 신임 시리아담당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별대사는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임명됐을 때 두렵다고 밝혔는데 여전히 그런 마음”이라며 “시리아 국민을 첫 번째 주인으로 섬기며 그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시리아#유혈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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