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前재벌총수 19년만의 단죄… 나디르 前회장 유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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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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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도산→해외도피→귀국

재벌 기업을 파산시키고 도주했다가 17년 만에 영국으로 돌아온 아실 나디르(71·사진) 전 폴리펙 그룹 회장이 20일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이날 재판에서 550만 파운드(약 98억 원) 규모의 3개 공금 횡령 혐의로 나디르 전 회장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나머지 9개 혐의에 대한 판결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배심원단은 나디르 전 회장이 개인과 가족을 위해 해외지사로 거액을 빼돌렸으며 회사 주가를 올리려고 몰래 공금을 이용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검찰은 나디르 전 회장이 1987∼1990년 3300만 파운드(약 588억 원)를 횡령했다며 13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실제 빼돌린 총액은 1억4600만 파운드(약 2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나디르 전 회장은 1980년대 말 소규모 의류회사였던 폴리펙을 시가 총액 17억 파운드(약 3조 원)에 이르는 다국적 식품 회사로 키워낸 신화적 인물이었다. 폴리펙은 영국 100대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폴리펙은 주주들에게 투자금의 1000배에 이르는 배당을 주면서 과일에서 패션, 전자에 이르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거듭해 성공신화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는 1990년 선데이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부자 순위 36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보수당의 대표적인 후원자로 행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영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지고 10억 파운드가 넘는 숨겨진 부채가 드러나면서 폴리펙은 1990년 10월 파산했다. 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을 앞둔 그는 1993년 5월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영국과 범죄인인도협약을 맺지 않았던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로 도망갔다. 그곳에서 17년을 지낸 뒤 2010년 8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 두려워 귀국하지 않았다. 이제는 명예를 회복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귀국을 결심했다. 이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전격 귀국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영국#아실 나디르#폴리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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