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NYT, 소방수는 英 BB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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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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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CEO에 마크 톰프슨 선임
“온라인 유료화 개척 적임”… 방송 진출 진두 지휘할 듯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8개월간에 걸친 심층 탐색 끝에 마크 톰프슨 BBC 사장(55·사진)을 14일 새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다.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NYT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를 통해 “NTY가 디지털과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현 시점에서 마크 톰프슨 씨만 한 적임자가 없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미국의 ‘퀄리티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최고의 언론인 BBC와 NYT 수장을 연이어 맡게 된 톰프슨 씨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취재력을 갖춘 NYT를 이끌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톰프슨 씨에 대해선 NYT 사외에서, 그것도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방송계 인물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파격 발탁’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NYT는 지난해 말 최초의 여성 CEO 재닛 로빈슨 씨가 설즈버거 회장과의 갈등으로 사임한 후 8개월 동안 CEO가 공석이었다.

톰프슨 씨 영입으로 NYT는 종이 신문을 넘어 비디오 온라인 소셜미디어 모바일 등 디지털 영역으로 급속하게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톰프슨 씨가 가장 먼저 손을 댈 분야는 온라인 유료화 사업으로 콘텐츠와 가격 시스템을 더욱 세분해 NYT의 수익구조를 안정시켜 나갈 것이라고 NYT는 14일 전했다.

2004년부터 8년 동안 BBC 사장을 맡아온 톰프슨 씨는 방송 프로그램을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i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등 BBC 온라인 사업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올 2분기(4∼6월)에도 88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NYT에서 유일하게 전망이 밝은 분야는 지난해 개시한 온라인 유료화 사업이다. NYT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3월 말 45만 명에서 6월 말 50만 명으로 3개월 만에 5만 명이 늘어날 정도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톰프슨 씨는 온라인 사업에 이어 현재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사업을 확장한 후 최종적으로 제휴 또는 지분 매입 방식으로 자신의 전공 분야인 방송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NYT가 톰프슨 씨를 영입한 데는 그가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NYT로서는 디지털 사업 확장 못지않게 ‘미국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신문’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인 톰프슨 씨는 1979년 BBC 기자로 입사해 2002∼04년 ‘채널4’ 방송사 CEO로 ‘외도’한 것을 빼놓고는 31년 동안 BBC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BBC맨이다. 오후 9시 뉴스 등 간판 보도 프로그램의 총책임자를 거쳐 2004년 BBC 사장에 임명됐다.

톰프슨 씨가 BBC 사장을 지내는 동안 주요 수입원인 시청료가 동결되면서 대대적인 BBC 개혁이 이뤄졌다. 6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3차례의 대형 구조조정을 단행해 ‘BBC 액스맨(ax man·자르는 사람)’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BBC의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iTV 등 민간 방송사와의 제휴를 강화해 BBC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다혈질인 톰프슨 씨가 한때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이로 물어버린 것은 BBC의 전설로 남아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뉴욕타임스#신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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