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금고’도 신용전망 강등… 스페인, 유로존 탈퇴 검토說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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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확산되는 유럽위기… 요동치는 세계경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4일 유로존 재정위기국에 자금 지원을 해온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전날 EFSF의 가장 큰손인 독일을 비롯해 주요 출자국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에 이은 조치다. 유로존 위기의 안전망 역할을 해온 EFSF에 균열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이 3000억 유로의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국제사회에 세 번째로 손을 벌릴 조짐을 보이면서 유로존의 흔들림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그동안 아껴뒀던 추가 부양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 스페인 국채금리 폭등

24일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콘피덴샬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스페인 정부가 전면적 구제금융 요청을 포함해 유로존을 떠나는 방안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나흘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지금까지 유로존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7.6%를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높은 금리로 돈을 계속 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긴급 회동을 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스페인 국채금리는 스페인의 경제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시장의 과도한 반응”이라는 ‘립서비스’만 남겼다.

스페인 정부는 전면 구제금융의 경우 재정긴축이라는 가혹한 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국채를 직접 사줄 것을 가장 원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를 일축하고 있다.

○ 그리스 채무재조정 가능성


그리스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100억 유로와 1300억 유로 등 모두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그리스가 8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32억 유로를 갚을 수 없어 다시 기존 빚 2000억 유로를 깎아 달라고 요청하는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그리스가 다음 달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4.7%인 경제성장률 전망을 최근 ―7%까지 낮추면서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운 ‘좀비 경제’로 치닫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 미국도 추가 부양카드 만지작거려

유로존 위기가 심상찮다는 불안감에 미국 기업의 실적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4일 뉴욕 증시는 1%가 넘는 급락세로 마감하는 듯했다. 하지만 장 종료 직전에 FRB의 추가 부양 가능성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폭은 다소 줄었다.

WSJ와 뉴욕타임스는 FRB가 그동안 시기를 저울질하며 아껴두었던 추가 부양책을 이르면 이달 31일과 8월 1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빼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일제히 전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유로존 위기가 심상치 않자 FRB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는 △3차 양적완화 조치(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여 돈을 시장에 직접 푸는 가장 강력한 조치) △은행에 쌓아두는 돈의 금리를 낮춰 은행의 대출을 촉진하는 방안 △은행에 유동성 공급 △2014년 말로 예정된 제로금리 정책의 연장 등이 검토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스페인#유로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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