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6300발… 부비트랩… 용의자 집은 요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콜로라도대 약대 박사과정 “수줍은 성격에 항상 혼자”

미국 콜로라도 주 오로라 시의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제임스 홈스(24·사진)는 수재지만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은 외톨이 박사과정 학생으로 밝혀졌다. 그는 체포 직후 독방에 수감됐으며 23일 법정에 출두한다.

2006년 가을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R)에 입학한 홈스는 2010년 봄 신경과학 학사과정을 장학금을 받으며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콜로라도대 약대 신경과학 대학원 박사과정에 등록한 후 성적이 부진하자 이번 봄 학기에 중퇴 절차를 밟고 있었다.

히스패닉계 이웃들이 많이 사는 곳에 아파트를 얻은 그는 항상 혼자 생활해 이웃들은 그를 ‘고독한 인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는 전과가 없고 테러조직과 연루됐다는 단서도 없으며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는 속도위반 딱지를 받은 것밖에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4년 전에는 어린이 캠프의 지도자로 일하기도 했다.

앞길이 유망한 우등생이 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켰는지 경찰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홈스가 최근 4개월간 많은 소포를 집과 학교로 배달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의 집에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박격포탄, 자동소총 탄창, 총알 6300여 발 등 많은 양의 무기류를 쌓아두고 있었다. 그는 체포 당시 AR-15 자동소총과 글록 권총, 엽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홈스는 또 범행 2주 전에 연인을 찾는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내가 교도소에 가면 찾아와 주겠어요”라고 묻는 등 범행을 암시하는 행동도 보였다. 그는 붉은색 머리를 하고 영화 ‘배트맨’ 속의 주인공인 ‘조커’ 흉내를 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홈스의 집은 외부인이 들어가면 바로 폭발물이 터지도록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마치 요새와도 같은 홈스의 집을 로봇을 이용해 30여 개의 폭발물을 모두 제거한 후 들어갔다. 경찰은 폭발물이 터졌을 경우 3층짜리 아파트 건물 전체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홈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폭력을 사용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누군가가 보내왔다”며 공범을 추적 중이다.

생사를 가르는 긴박한 총기 난사 속에서도 살신성인의 영웅들이 있었다. 대형마트 타깃의 직원인 매슈 매퀸 씨(27)는 여자 친구 서맨사 욜러의 몸을 덮어 자신만 총을 세 방 맞고 숨지고 욜러는 부상만 입었다. 해군인 조너선 블렁크(26)도 역시 여자 친구를 의자 밑으로 밀어 넣고 자신만 총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든 공공건물과 군대 기지 등에 6일간 조기를 달도록 했다. 그는 22일 서부지역 유세 캠페인에 앞서 콜로라도를 방문해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했다.

한편 미 극장주협회는 회원사들에 보안을 일제 점검하라고 권고했다. 극장 네트워크체인인 AMC는 장난감 총이나 칼을 소지했거나 혐오감을 주는 복장을 한 고객도 입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콜로라도#제임스 홈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